경제·금융

"영문 일색 옥외간판은 불법"

법원, 한글병기 규정어겨…처벌규정 없어 파장 주목<br>한글학회등 손배소는 패소

한글을 병기하지 않고 영문으로만 쓴 옥외간판은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따른 별도의 처벌규정이 아직 없어 처벌규정 신설 여부 등 이번 판결에 따른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김만오 부장판사)는 11일 재단법인 한글학회 등 11개 단체 및 회원들이 “‘KB(국민은행)’ ‘KT(케이티)’ 등 기업명을 영문으로 바꿔 국민들의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했다”며 국민은행과 한국통신을 상대로 낸 2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손해배상 책임 여부와는 별개로 “피고 회사들이 외부 간판에 영문만 표기한 점은 한글 병기를 규정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상 한글병기 규정은 한글과 외국어로 기재한 내용을 통해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라며 “옥외 간판에 영문만 표기해 사람들의 이해를 어렵게 한 피고 회사들의 행위는 불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한글에 대한 자긍심은 개개인이 아닌 사회적 법익인 만큼 불법행위가 성립됐다 하더라도 이는 국가가 규제해야 할 부분이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손해배상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한글병기 규정은 ‘KFC’는 ‘켄터키 닭튀김’이라고 써야 하는 병용(竝用)과 달리 ‘케이에프씨’로 단순히 표기하도록 하는 규정인 만큼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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