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명사의 골프엿보기] 블랙홀에서 온 편지

M형!지옥의 통곡소리가 우주의 블랙홀에서 들린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미국의 신문기사를 읽으셨겠지요. 미국의 신문기사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제가 저 세상으로 떠난지 1년이 되는 날이여서 제사 밥을 얻어 먹으러 지구로 내려가는 길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지금 과거 골프장에서 저지른 죄 때문에 제1지옥에 갇혀 있습니다. 죄목은 「기브(GIVE)」를 자주 줘서 스코어를 줄이게 했다는 죄입니다. 형벌은 10KG의 무거운 볼펜을 둘러 메고 따라 다니면서 스코어를 적는 벌을 받고 있습니다. OB볼을 OB가 아니라고 슬쩍 발로 차 넣었던 혼령은 이 곳 지옥골프장에 플레이하러 온 악당들의 캐디를 하는데 그들이 볼을 칠 때마다 OB지역에 대기하고 있다 매번 그 볼에 머리통을 얻어 맞아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또 볼을 분실했는데도 주머니에서 슬쩍 꺼내서 속여쳤던 혼령들은 늪에 빠진 볼을 찾아와야 하는 벌을 받습니다. 못찾아 오면 녹초가 되도록 악당들이 두들겨 팹니다. 로스트 볼이 되면 돈을 잃으니까 반드시 찾아와야 됩니다. 넷이서 합의의 반칙(주로 스코어 줄여쓰기)을 자주했던 혼령은 쇠로 만든 장갑을 끼고 서로 상대방을 때리고 맞는 고통스런 벌을 받고 있습니다. M형! 그러나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혼령들은 제2지옥에 갇혀 있습니다. 규칙보다 에티켓이 중시되는 골프이기 때문입니다. 동반 플레이어가 경기를 하고 있는데도 조용히 지켜보지 않고 세상 떠나갈 듯 떠들고 웃어대던 자들은 조그만 골방 속에 갇힌 채 100개의 자동차 경적소리가 한꺼번에 울려대는 소음을 밤낮으로 듣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함부로 버렸던 혼령에 대해서는 하루에 담배 100갑(2,000개비)을 골방 속에서 강제로 피우도록 합니다. 음식을 남기고 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열흘에 한끼 만을 급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골프규칙 전반에 걸친 위반행위에 대해 열거하자면 한이 없습니다. M형!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생전에 옥살이로 상쇄될 수 있지만 에티켓만큼은 처벌되는 일이 없었으므로 이곳 지옥에서는 엄히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예사롭게 규칙을 위반하고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한국의 골퍼들에게 「블랙홀의 참상」을 꼭 일러 주시기 바랍니다.<지옥에서 Y올림>. 文基澤(유성C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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