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술의 중요성 일깨운 현대중공업과 캬라반

조선사를 새로 쓴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선박건조 공법 개발과 무명의 소기업 캬라반의 유엔본부 납품권 획득은 기술개발과 품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 할 만하다. 특히 치열한 국제경쟁을 뚫고 유엔본부에 납품권을 따낸 캬라반의 경우 국내 중소기업 지원책이 얼마나 겉돌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현대중공업은 10만5,000톤급의 원유운반선을 도크(dock) 없이 육상에서만 건조해 바다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캬라반은 유엔이 평화유지군 숙소용으로 발주한 700만달러 규모의 텐트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특히 이 회사는 창업한지 1년 반 밖에 안되고 종업원이 고작 6명에 불과한 신설 미니회사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내로라 하는 선진국 업체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더욱 대견스럽다.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건조공법은 세계 조선업계에서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일을 해낸 것으로 도크설비 확대 없이도 건조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선박은 육지에서 각 부분(블록)을 만들어 도크로 옮긴 후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조되기 때문에 도크는 선박건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주문이 밀려들어도 도크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납기를 맞출 수 없어 수주를 할 수 없다. 지금 국내 조선업계가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이미 몇 년치 일감을 확보해놓았기 때문에 추가수주를 위해서는 도크 공정을 어떻게, 얼마나 줄이느냐가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그런데 이번 건조 방식은 땅 위에서만 만들어 바다로 내보냄으로써 도크의 제한이라는 벽을 넘어선 것이다. 그만큼 건조능력이 더 확대되고 수주도 더 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조선업계가 일본의 견제와 풍부한 노동력에 따른 저임을 무기로 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현대의 신건조공법은 국내 조선산업의 기술력을 한단계 끌어올린 쾌거이다. 캬라반의 수주 역시 기술력의 개가로서 작지만 강한 기업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이 회사는 공급자가 제품설계 및 생산을 하는 방식으로 실시된 국제경쟁입찰에 자체설계 디자인 제품으로 응찰, 미국ㆍ캐나다ㆍ이탈리아ㆍ스웨덴 등 선진국 업체들을 따돌렸다. 기술력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 받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회사가 정부나 금융회사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캬라반은 유엔이 발급한 구매서류를 갖고 정부 지원기관과 금융회사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담보나 신용장을 요구하는 바람에 번번이 거절 당했다고 한다. 이번 캬라반의 성공을 계기로 중소기업 지원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캬라반의 사례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또 중공업이든 경공업이든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이상의 무기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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