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행장소환 금융가 비상/“힘없는 은행장만” …침통… 허탈/한보파장

◎사령탑 구속 초읽기… 은행가 표정/“사례비 대부분 경비로… 뇌물 아니다” 강변/제일은 수뇌 3연속 불명예 퇴진 전전긍긍/이 한은총재 “책임경영 체제 전화위복 삼자”○…전·현직 은행장 3명이 한꺼번에 소환돼 「치욕의 날」을 맞은 은행권은 『올 것이 왔다』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 이들은 사정태풍의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역시 은행장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며 침통한 표정. 한 시중은행 임원은 『설사 행장이 대출의 대가로 사례비를 받았더라도 이는 은행경비로 쓰여졌을 것』이라며 『따라서 뇌물이라기 보다는 은행차원의 금리보전 또는 기회비용의 성격이 짙다』고 강변. 그는 『정치권의 수뢰를 대가성과 연결짓는다면 은행장의 수뢰도 용도와 연관지어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 은행권은 소환대상 현직행장 가운데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장의 신광식 행장 외에 우찬목 조흥은행장이 일차로 포함된데 대해 『조흥은행이 막판까지 한보대출에 부정적이어서 정태수 한보총회장으로부터 「괘씸죄」를 적용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신광식 제일, 우찬목 조흥은행장이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씩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4일 검찰에 소환되자 금융계에서는 은행간부들이 받는 금품의 성격규명을 놓고 논란이 분분. 금융관계자들은 은행 지점장 및 임원, 은행장 등이 거래처로부터 인사치레로 받는 금품이 통상 은행 경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일방적으로 뇌물로 규정하는데 대해 반론을 제기. 현재 각 은행마다 은행장 등 임원들과 부장급 40여명이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판공비(기밀비성격)가 10억원수준에 불과, 은행장조차 월 5백만원수준에 그치고 있어 대부분 은행장과 임원들은 공식 판공비로 경조사비도 제대로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제일은행직원들은 신광식 행장이 거액의 대출커미션을 챙긴혐의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지면서 한때 으뜸가는 은행으로 손꼽히던 이 은행은 행장이 연속 3대째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이 커지자 망연자실한 표정. 이날 상오 소환때만 해도 『설마 행장이 뇌물을 챙기기야 했겠느냐』며 일말의 기대를 갖던 직원들은 수뢰혐의가 점차 확실한 것으로 드러나자 할말이 없다는 반응. 특히 정부당국이 연대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직원들은 행장에 이어 다른 임원도 옷을 벗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 또 3대째 은행장이 불명예로 연속 물러나 「외부행장 선임가능성」이 한층 높아지자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삼삼오오 모여 「은행과 자신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까」를 걱정. 더욱이 후임행장은 비상임이사제 도입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은행외부인사들이 선임할 예정이어서 제일은행의 앞날은 은행외부인사들의 손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셈. ○…조흥은행은 이날 갑자기 행장소환소식이 알져지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이라며 몹시 당혹해 하는 분위기. 특히 우찬목 행장이 수차례 『부끄러운 일을 한적이 없다』고 강조해 와 이날 소환이 수뢰혐의에 따른 구속분위기로 이어지자 망연자실해 하는 표정. 우 행장은 이날 8시30분부터 열린 이사회에 참석, 일상업무를 처리한 뒤 9시20분께 『10시까지 검찰청사로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석. 우 행장은 자리를 뜨며 임원들에게 『잘못한 일 없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는 4일 『이번 한보사태는 보호와 규제의 틀에서 안주해온 금융권이 자율화로 가는 과정에서 제 본분을 다하지 못한 데서 기인된 것』 이라고 지적. 그는 이어 『이번 사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서 책임경영체제의 확립,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업 수행, 간접통화관리의 추진 등으로 금융산업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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