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락의 끝은 어디…"

美증시 사상최대 폭락…배경과 전망월가가 곰 울타리에 빠졌다. 꼭대기가 어디인지 시험하던 뉴욕 증시가 담벼락너머 울타리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바닥까지 떨어졌느냐는 것. 일주일만에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이 2조달러나 날아갔는데도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미국인 개인당 7,000달러 꼴로 손실을 본 셈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이 이제 바닥이 어디고, 약세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 상황을 1987년 증시붕괴와 비교하기 시작하고 있다. 87년 10월19일 단 하룻만에 다우지수는 22.6% 떨어지고 나스닥지수가 11.35% 하락했던 때와 견줄 정도로 최근 증시의 모습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87년 당시 증시붕괴후 회복세로 돌아서는데 꼬박 1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그후 약세장때마다 상승세로 돌아서는데 보통 6개월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98년 러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약세장때만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정책에 힘입어 2개월만에 탈출했을 뿐이다. ◇바닥은 어디인가=월가의 내로라는 전문가들도 현재 상황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바닥이 어디일지 좀처럼 내다볼 수 없는 장세라는 것. 분명한 사실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훨씬 많다는 점. 바닥이 가까워졌을 뿐이므로 당분간 증시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부에선 나스닥지수의 경우 200일 이동평균선인 3,500선마저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2,800까진 마땅한 지지선이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주 일주일내내 하락하는 바람에 99년 12월초 수준으로 되돌아간 나스닥지수가 앞으로도 20%가까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인 셈이다. 다만 한가지 월가에서 다행으로 여기는 점은 지난 87년 증시붕괴때와 달리 증시 침체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위기가능성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월가의 분위기를 더욱 스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예 증시를 떠나는 자금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스닥의 첨단기술주가 빠지면 뉴욕 증권거래소의 블루칩이 올라,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지는 않았는데 지난주 후반부터 블루칩과 첨단기술주가 동반 하락하면서 증시 이탈자금이 늘고 있다. 펀드 관계자들은 지난주부터 뮤추얼펀드에서 돈을 빼가는 투자자들이 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불과 2주일전까지도 신규 유입자금이 훨씬 많았는데 지난주부터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주 증시 약세가 지속되면 증시이탈자금 규모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증거금대출(마진)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하락에 따른 마진콜(증거금 추가납입 또는 대출상환 요구)로 인해 주식매도에 나서면서 하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FRB는 어떤 입장인가=14일 다우 및 나스닥지수의 사상 최대 폭락을 불러온 직접적인 계기는 소비자물가였다. 3월중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 폭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해져 주가 폭락을 촉발한 것이다. 오는 5월16일 FOMC(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상폭이 당초 예상했던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높아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이날 시장마감후 주가폭락으로 인해 FRB의 부담이 커진 만큼 오히려 금리인상폭이 작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FRB가 주가폭락 저지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최소한 현 수준의 폭락정도로는 FRB가 금리인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적어도 FRB는 현 수준을 바닥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도 있다=최근 증시폭락의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중 하나인 골드만 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코언은 이날 CNBC와의 회견에서 『지난 2주동안 기업의 수익전망이나 경제성장 전망이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며 최근 폭락은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장내에서의 사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불안정한 심리상태 때문에 촉발된 것일뿐 증시의 기본 여건은 변한게 없다는 주장이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분석가로 꼽히는 그는 따라서 현재 시장상황은 금융주, 제약주, 경기순환주 등을 바닥에서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추천했다. 그녀는 또 첨단기술주중에서도 일부 기본여건(펀더멘털)이 좋은 종목은 향후 전망이 밝다고 주장했다. / 뉴욕=이세정특파원BOBLEE@SED.CO.KR>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4/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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