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60여건 물건 이미 검토…워크아웃 기업은 제외"

실적 좋은데 재정부담 느끼는 기업 상대할 것<br>경영자 누구로 하느냐가 인수과정의 가장 핵심<br>BC카드 직원들 구조조정 필요성 크게 못느껴


변양호(52) 보고펀드 대표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20일 기자와 만나기 위해 과천을 찾은 그에게 더이상 엘리트 관료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2시간 가까이 대화가 이어지면서 한때 장관을 예약했던 ‘천재 관료’의 감각은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민간 최고경영자(CEO)로서 갖춘 사고의 자유로움이 더 강한 필로 다가왔다. 변 대표는 며칠 전 전격적으로 BC카드 인수 추진 사실을 ‘첫 작품’으로 세상에 알린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야심찬 계획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나갔다. 변 대표는 먼저 “‘왜 성사되는 물건이 없냐’고 사람들의 말이 많았다”며 인수 물건으로 BC카드를 찾기까지 부담이 적지않았음을 내비쳤다. “(인수할) 물건을 찾는 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위 관료 출신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기대도 있는데 이익이 많이 난다고 아무거나 사들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지난해 12월 초였어요. 가까운 은행 사람들과 저녁을 먹던 중이었는데 BC카드 인수에 대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변 대표는 이후 지분을 갖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인 하나은행의 김종열 행장을 찾아갔고 김 행장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반겼다고 전했다. 김 행장은 당시 “빈대떡을 뒤집기는 해야 하는데 은행들끼리는 못 뒤집는 형국”이라며 변 대표가 나선 것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BC카드는 은행들이 지분을 분산해 갖고 있어 여러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었고 지분을 누군가가 인수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은행들도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변 대표가 BC카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가량. 그는 “BC카드에 부실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한달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이 대목에서도 자신의 ‘출신’에 대한 부담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노조 문제로 인한 불상사를 우려한 것이다. “다행히 BC카드 노조 등에서도 반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BC카드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크게 못 느끼고 있어요.” BC카드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변 대표의 발언은 추가적인 M&A 물건 얘기로 옮겨갔다. 그는 “60여건의 물건을 이미 검토한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BC카드를 포함해 3개 정도는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1,000억~5,000억원가량의 기업이 검토대상 물건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BC카드 이상 다음 작품은 덩치가 제법 되는 제조업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대기업들도 청산하고 싶은 계열사나 투자하고 싶은 회사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행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규제 등을 감안하면 그게 쉽지 않습니다. 보고펀드가 그 틈새에 끼어드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거죠. 첫 케이스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상당한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는 발언은 인수방식 등 보다 구체적인 단계로 넘어갔다. “‘50%+1’주의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취득하는 게 목적입니다. 만약 그게 되지 않는다면 전략적 투자가로 참여해 기업의 가치를 높일 계획이고요. 그렇다고 워크아웃 기업 등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노리는 곳이 많아 공개경쟁으로 가면 인수가격이 너무 높아집니다. 결국 실적 등은 좋은데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기업들을 상대할 것입니다.” 변 대표는 “인수과정에서 경영자를 누구로 세울 것인가가 가장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것들에 대한 논의가 사전에 이뤄지지 않으면 지분인수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니지먼트 컨설팅(경영자문)’을 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우리가 교육받아야 할 처지”라는 겸손함을 빼먹지 않았다. 변 대표는 이 대목에서 BC카드 인수 때까지 오갔던 다양한 M&A 대상 물건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투자할 곳은 정말 많더라고요.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명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하지 않았습니다. 자칫 고리대금업자라는 말만 듣겠더군요. 최근에 KT&G건과 관련해 외국 펀드가 손을 잡자고 했을 때 ‘노’를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변 대표는 한때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던 외국 펀드들도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랙레코드(실적)가 없으니까 초기에는 외국계 투자가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 가운데 가장 먼저 보고펀드에 투자한 곳이 유럽계였어요. 일단 1조원 정도 투자액을 모을 참인데 이중 3,000억원가량만 외국인 몫으로 두려고 해요. 토종펀드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외국 투자금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웃음)”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 매각건이 화제로 나왔을 때는 그의 억양도 다소 올라갔다. “논란이 3년째 되고 있는데 왜 공무원들이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갑니다. 책임질 것이 있으면 지되 할 말은 해야 하는 거죠.” 그는 이 대목에서 매각 당시의 상황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변 대표는 당시 은행 매각을 직접 관할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었다.) “2003년에는 정말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SK네트웍스 분식이 터졌고 금융시장도 혼란스러웠죠. LG카드를 중심으로 카드사들의 부실이 컸고 외환카드는 물론 외환은행까지 위태위태한 상황이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은행들의 채권을 연장해주지 않았으니까요. 당시 김진표 부총리는 ‘매일 새벽에 기도한다’고까지 하더군요. 재임 시절에 자칫 제2의 외환위기가 또 오는 것이 아닐까 겁이 났던 셈이죠.” 당위성을 설명하면서도 론스타에 대한 과세 논의에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론스타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에 대해서는 외국인들도 이해를 합니다. 어느 나라건 세무당국의 경우 차익이 남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국회가 나서서 그러는 것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생각하더군요.” 변 대표는 끝으로 공직생활로 돌아갈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계약 문제’를 꺼내면서 대답을 대신했다. “4년간 공직에 돌아갈 수 없어요.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면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서 수준이 아니라, 만약 돌아갈 경우 나뿐만 아니라 이재우 공동대표까지 재산상의 피해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서 보고펀드 1호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2호도 출범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에 가서 미술작품이나 보려 한다”며 ‘여유로운 사냥꾼’의 모습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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