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는 출자를 전담하고 자회사들은 고유사업에만 전념해 경영 투명성과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2003년 3월.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를 출범시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오너지배의 병폐라고 꼽히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지주사 설립으로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의지였다.
LG는 당시 과거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탈피해 ‘끈질긴 승부근성’과 ‘도전정신’을 갖춘 강하고 역동적인 문화를 만드는 혁신작업도 곧바로 병행시켰다.
만 2년이 흐른 지금 LG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시가총액 3배로=LG그룹의 변화는 경영실적과 기업가치 등 외형적인 면에서도 두드러진다. 11개 공개법인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지주사 전환 이전인 2003년 2월 말 13조6,000억원에서 지난 2일에는 39조원으로 세배(286%) 가까이나 뛰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575.43→1,007.48포인트) 75%의 3.8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올 들어서만도 연초 시가총액 32조7,000억원보다 19%나 늘어나 4대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24조6,593억원으로 2002년(17조948억원)보다 44% 늘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4,976억원에서 1조5,262억원으로 207%나 성장했다. LG화학도 지난 2년 사이에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1%, 55% 늘어났다. ㈜LG의 한 관계자는 “LG의 변신과 도전을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자체 평가를 내렸다.
◇“강한 LG, 도전하는 LG”=LG그룹은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 82조원에서 94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도전적인 경영목표와 함께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11조7,000억원의 과감한 선행투자계획을 내세웠다. 자신감과 승부근성, 그리고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사업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LG전자는 올해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30조원의 매출을 달성,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LG화학도 올해 처음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LG의 한 관계자는 “GS그룹의 계열분리를 계기로 전자와 화학 등 주력사업에 그룹의 핵심역량을 집중, ‘일등 LG 키우기’에 가속도를 붙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누비는 구본무 회장=올들어 ‘일등 LG’를 향한 대변신을 꾀하고 있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구 회장이 나타난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일등 LG’를 천명한 후 일부 사업은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환경변화에 흔들리는 사업이 많고 LG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사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구 회장은 이후 가는 곳마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승부근성과 실천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아닌 고객이 인정하는 일등 LG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자부심과 최고의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특히 2월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LG브랜드 출범 10주년 기념식 참석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는 계열사 임직원 초청 만찬 ▦LG전자 통합단말연구소 준공식 참석 등의 강행군을 펼쳤다. LG의 미래전략과 승부사업과 관련된 것이면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