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9일] 보물선 루틴호

[오늘의 경제소사/10월9일] 보물선 루틴호 권홍우 편집위원 1799년 10월9일 네덜란드 앞바다. 초저녁의 어둠과 폭풍우 속에 영국 군함 루틴호(HMS Lutine)가 모래톱에 걸려 가라앉았다. 침몰 지점은 인근 섬에서 불과 수㎞ 떨어진 지점. 화물을 버려 배를 가볍게 했다면 좌초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지만 루틴호는 끝내 침몰하고 말았다. 승무원 240명 중 생존자는 단 한명. 루틴호는 왜 화물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117만6,000파운드어치의 금과 은을 실었기 때문이다. 용도는 군자금. 영국ㆍ프로이센 동맹군과 프랑스에 점령당한 네덜란드 저항군이 나폴레옹에 맞서는 데 쓸 돈이었다. 연간 예산의 3%에 달하는 자금을 한번에 잃은 영국은 인양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침몰선의 위치가 해수면 7.6m 아래였으니까. 로이드해상보험이 거액의 보험금을 선뜻 내준 것도 쉽게 인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기대는 얼마 안 지나 절망으로 바뀌었다. 썰물 때면 루틴호의 선체가 간혹 해수면에 드러날 때도 있었지만 조류가 거세 접근조차 어려웠다. 대부분의 화물도 개펄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수많은 사람이 나섰어도 닻과 종, 9만9,893파운드어치의 보물을 건졌을 뿐이다. 그나마 1861년 이후에는 소식도 없다. 나머지 107만여파운드는 아직도 잠자고 있다. 루틴호는 보물선 인양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안도 어려운데 심해에서야 오죽할까만 사람들은 오늘도 황금을 찾아 바닷속을 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퇴출 직전 건설업체의 주가가 러시아 보물선이라는 재료를 타고 이상 급등한 적이 있다. 해저 탐사기술의 발달로 전세계 난파선에서 수백조원어치의 금을 20여년 안에 건져낼 것이라는 낙관도 있다지만 글쎄다. 인간의 탐욕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금 시세는 여전히 초강세다. 입력시간 : 2007/10/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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