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HD) 3D 지상파방송이 시험방송을 거쳐 내년 상용화될 예정이지만 이전 구입한 3DTV 일부 모델은 셋톱박스가 있어야만 3D방송을 제대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3일부터 SBS, EBS 두 채널에서 약 한달 동안 새벽 1시간가량 고화질 3D 시범방송을 송출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오는 7~12월 시범방송을 추가로 실시하고 내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고화질 3D방송을 상시 내보내도록 할 계획이다.
새 3D방송은 고화질의 3DTV 시청이 가능하고 일반TV로도 HD급 2D영상을 볼 수 있다. 기존 3D방송이 HD급보다 떨어지는 표준화질(SD)로 방송되고 일반TV에서는 화면 좌우에 2개 영상이 나타나 아예 시청할 수 없는 단점을 모두 개선시킨 것이다. 3D와 2D영상을 모두 기존 정규채널 주파수(6㎒)에 압축시킨 '듀얼스트림(이중영상프레임)'방식이 적용됐다.
문제는 새 3D방송이 기존 구매한 3DTV에서는 수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LG전자가 내놓은 TV는 기존 3D방식에 맞게 생산돼 영상신호 압축해독기(코덱)등이 새 방식과 맞지 않기 때문.
방통위는 국내 3DTV가 지난해 말 기준 약 90만대정도 판매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삼성 TV는 간단한 소프트웨어(SW)업그레이드 만으로 수신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까지 약 30만대 가량 팔린 LG 3DTV 보유가구는 새 방식으로 송출되면 셋톱박스(컨버터)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올해부터 판매된 LG 3DTV는 컨버터 기능이 내장돼 새 방식으로 보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새 3D방식으로 생중계하기도 했지만 이때도 제조사측이 150가구에 별도 셋톱박스를 설치해 실험방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국내에서 개발한 3D방식이 내년 미국디지털방송 표준위원회(ATSC)등에서 국제 3D표준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표준이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새 방식에 맞는 3DTV 판매가 확대될 것이란 게 방통위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3D방송이 내년 상용화될 경우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한 3DTV 보유가구는 방송을 시청하는데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상 셋톱박스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시청자들의 불만도 예견되고 있다. 지난 30일 방통위와 제조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HD 3D방송 활성화협의회'가 열려 이 같은 문제점등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조사들도 이미 판매된 TV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추가로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조사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