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본시장의 뿌리,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 <하> 회계사는 공공재

회계법인 정기 품질감리·결과 공개 필요

전문·독립성 강화가 회계정보 질 향상과 직결

美·獨은 감사-피감법인 관계 등 정기감리 시행

공익성 높이려 회계법인 경영진 연봉 공개도

독일KPMG 회계사들이 회계 감사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최근 미국이나 독일 등 해외에서는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추세다. /사진제공=KPMG

흔히들 공인회계사를 두고 '자본 시장의 파수꾼'이라 부른다. 미국과 영국·독일에서 만난 회계사들은 하나같이 자본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본질적으로 회계사의 업무는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다.

회계 정보의 질과 투명성도 회계사들이 얼마나 공익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회계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회계와 감사 문화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과 피감법인이 회계사와 회계법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감사 품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회계법인의 품질을 감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통상 PCAOB의 회계법인 품질 감리와 공시는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회계법인 품질 감리 기간과 감사 대상, 개별 기업의 감사 절차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공개된다. 두 번째 단계는 품질 감리 때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12개월 동안 시정할 수 있는 기간을 주는 것으로 회계법인이 이를 지키지 않을 때 공시한다. 콜린 브레넌 PCAOB 대외 홍보담당 책임자는 "회계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회계법인의 품질 감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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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뿐만이 아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지난 2005년 설립된 회계감독위원회(AOC)가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을 정기적으로 감리한다. 팀 폴크만 AOC 사무총장은 "회계사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정해진 감사 절차를 따라 감사를 수행했는지 살펴보고 감사인이 피감법인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든지 경제적인 관계로 얽혀 있지는 않은지 주기적으로 감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기 1~2년 전 해당 기업의 컨설팅을 맡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감독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회계사들도 감독기관에 의한 품질 감리와 평판 공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일라 크리스티안 독일KPMG 감사 부문 총괄 대표는 "감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감사 보수, 감사 품질, 평판"이라며 "이 중에서도 감독기구의 보고서에 담겨 있는 회계법인에 대한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초 회계법인의 감리 결과를 공시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담당 전문심의위원은 "우리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회계법인)지정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지정제를 통해 피감법인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책임을 더 크게 한 만큼 감사인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이어 "특히 이번에 지정제가 확대되면 지정 대상 기업은 기존 270여개에서 500~600개로 늘어나며 감사 보수도 230억원 수준에서 500억~600억원으로 증가한다"며 "기존의 회계법인 규모 기준으로 지정 대상 기업들을 배정하는 방식에서 감사 품질을 배정 기준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회계 업계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회계법인 경영진의 연봉 공개에 대해서도 해외에서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차스 로이초더리 영국 국제회계사회(ACCA) 세무 부문 최고책임자는 "기본적으로 회계법인들의 사업보고서에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공개된다"며 "이는 피감법인이 감사인 선정 때 고려하는 중요한 판단 근거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PwC의 사업보고서에는 이언 파월 회장의 지난해 연봉이 360만파운드(약 60억원)로 나와 있으며 전체 이사진의 연봉은 2,150만파운드로 공개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 회계법인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주요 경영진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자신들의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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