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서봉수의 예언

제8보(127∼145)



구리는 여전히 느긋했다. 상변이 모두 유린되었지만 중앙이 두터우므로 승리는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믿고 있었다. "흑이 두터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리가 너무 여유를 부렸어요. 어느 수순에선가 흑이 좀더 우악스럽게 두었어야 했던 모양입니다. 여기에 와서는 도리어 백이 집으로 앞선 것 같아요."(온소진) 백28이 놓인 시점에서 온소진은 조심스럽게 백의 우세를 말했다. 이세돌의 좌충우돌이 통한 것 같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구리는 다시 한번 느긋하게 흑29로 손질을 했다. 여기서 이세돌은 모처럼 8분의 시간을 썼다. 검토실의 박정환과 온소진은 형세판단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이때 어슬렁어슬렁 서봉수9단이 검토실에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수순을 확인하더니 그가 말했다. "중국 기사들은 비관파보다 낙관파가 많거든. 낙관한다는 거. 그거 즐겁지. 하지만 즐거워하다가 패하는 게 낙관파의 최대 약점이야. 이 바둑은 흑이 패할 거야."(서봉수) 온소진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4를 타이젬의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승패불명 같아요."(온소진) 이세돌은 온소진이 말한 코스로 가지 않았다. 실전보의 백30으로 끝내기를 선수로 해치우는가 싶더니 흑31에는 백32로 아예 흑진의 안방 아랫목을 점령하고 본다. 의표를 찔린 구리는 5분쯤 숙고하더니 흑37로 물러서고 흑39로 보강했다. 지나친 굴복 같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흑33으로 참고도2의 흑1에 차단하면 백2 이하 10의 수순으로 큰 패가 나는데 이 패는 흑이 너무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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