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새로운 리더, 새로운 대한민국] '불투명 경영' 뿌리 뽑자

분식회계등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 당연시<br>기 살리기 경영 좋지만 '비리 묵인' 인식은 곤란

“한국에는 2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있다. 하나는 북한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이고 또 하나는 한국 기업의 경영 투명성 부족이다.”(미국 라자드자산운용의 존 리 이사)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 여기에 경영 투명성까지 확보된다면 금상첨화다.”(골드만삭스의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과 금융기관들은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목소리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금산분리 및 출총제 완화 등을 통해 시장경제에 기초한 자율경영을 표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왜곡된 지배구조, 회계부정, 유명무실한 이사회, 경영 투명성 결여 등 한국 기업의 고질병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술용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 월가의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투명한국의 밑그림을 다시 짜기 위해서는 지난 2001년 미국 산업계를 뒤흔들었던 엔론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15억달러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주식회사 미국과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엔론 사태에 대해 5년 간의 마라톤 수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다. 제프리 스킬링 전 최고경영자(CEO)에게는 24년 4개월의 중형을 내려 사실상의 종신형을 선고했다. 투명경영을 외면하고 회계조작으로 국가경제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부도덕한 기업인에게는 강한 철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엔론사태 이후 미국은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만들어 기업범죄에 대한 단죄의지를 천명했고 미국 금융시장을 외면했던 해외 투자자들도 미국으로 다시 몰려들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외칠 때 해외 투자자들은 과연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일까. 월가의 코리아 데스크들은 한국 경제의 안정된 성장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의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한다. 그 배경에는 ‘불투명한 경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엔론보다 규모가 더 큰 1조9,000억원의 회계부정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나 경영에 복귀했으며 20조원 이상의 분식회계로 국민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특별사면 대상에 올라 있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은 “한국에서는 1조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해도 징역 3년 정도의 판결만 나올 것이고 그나마 6개월 정도 복역하면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명성이 결여된 한국의 기업경영, 기업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을 비꼰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당선자는 기업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신바람나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정운영 방침이 기업들의 비리와 투명성 결여를 눈감아주거나 방치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명경영을 저해하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공정한 법을 적용해야 한다. 투명경영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도 결국 도태하고 만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새로운 기업경영 문화 창출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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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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