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알리바바의 주문

마윈 회장 '고객 1순위' 경영원칙… 주주 평등원칙 깬 실험정신 주목

단기 실적 집착땐 부작용 커… 주주 눈치만 보지 말고 사회 포용

가지 않은 신성장의 길 찾아야


지난달 중순 뉴욕 월가의 이색적인 사진 한 장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면서 개장을 알리는 벨을 울리는 행사에 8명의 낯선 인물들이 등장한 것이다. 개장 벨을 울리는 행운을 거머쥔 이들은 워싱턴주의 체리 농부부터 중국의 전직 올림픽 선수까지 알리바바의 주요 고객들이었다. 통상 최고경영자(CEO)나 핵심 경영진이 뉴욕 증시 데뷔에 맞춰 벨을 울리는 것과 달리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단상 아래서 그저 행사를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다.

알리바바는 창업 초기부터 '고객 1순위, 종업원 2순위, 주주 3순위'를 확고한 경영원칙으로 정해놓고 있다. 주주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우리네 풍토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셈이다. 심지어 마윈 회장은 주주가 최고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알리바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내다 팔라고 공언할 정도다. 지배구조도 독특하다. 알리바바는 27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파트너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경영진은 주주의 뜻에 상관없이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를 마음대로 지명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갖고 있다.


여기에는 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기업이념이나 경영전략이 휘둘리는 폐단을 막겠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깔려 있다. 주주의 이익에만 신경 쓰고 단기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가격 정책이나 신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다른 벤처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알리바바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1주 1표 원칙으로 의결권이 결정되는 이른바 주주 평등의 원칙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분이 낮은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이중의결권을 도입하는 등 세계 기업사에 유례없는 독특한 경영구조를 갖추다보니 자본주의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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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의 파격적인 경영실험은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지난 1990년대 벤처 붐이 한창일 때 신생 기업들이 머니게임에 빠져 거품처럼 꺼져간 사례를 숱하게 지켜봤다. 상당수 창업자들은 주가 관리에만 골몰한 나머지 경쟁 기업을 인수하거나 숫자놀음에만 매달려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영자의 보수나 임기가 주가와 연계되다 보니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당장 주가를 끌어올려 자신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유혹에 빠져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기업들의 배당성향이나 투자방향을 놓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정부는 기업들이 이익을 내부에 쌓아만 놓고 사회 환원을 게을리하고 있다며 세금을 매겨서라도 강제로 배당을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전부지를 매입했다가 증권가의 집중포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옥 매입에 쓸데없이 돈을 쓰지 말고 차라리 그 돈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우선주 소각 같은 화끈한 친주주 정책을 펼치라는 주장이다. 애플이나 이베이가 주주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국내 대기업들도 투자자들로부터 끊임없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압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창조경제가 화두다. 우리가 성장 정체의 벽을 넘어서자면 아무도 가지 않은 신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의 주역인 기업을 윽박지르기보다는 투자 마인드를 회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17평 아파트에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는 알리바바가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던지는 주문은 명쾌하다. 이제 주주들 눈치만 살피지 말고 사회 구성원 전체를 폭넓게 포용하라는 것이다.

정상범 경영기획실장 겸 논설위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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