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반값 등록금 당장 현실화가 어렵다면…


'반값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발표했듯이 34개국 회원국 중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싸다. 결국 대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생업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당 3,000~4,000원의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급한 마음에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빌려 쓰다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부담이 가장 큰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 등록금은 1년 기준 4,000만원 안팎으로 기숙사 및 식비, 책값과 용돈을 합치면 연간 6,000만원이 소요된다. 1년에 억대를 버는 부모라도 이 같은 액수의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 전체 대학생의 3분의2 정도가 연방정부의 학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무상 장학금을 받는 학생만 33%에 달한다. 미국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는 연간 833만명이며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도 1,230만명에 이른다. 즉 미국 대학은 '학자금 보조'가 많다는 것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이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원해주는 '학비 보조금'을 받는 학생의 숫자는 더 많다. 국내에서도 대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든든학자금(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제도를 운영,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소득 7분위 이하의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대출해주고 있다. 재학 기간 동안에는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 취직을 통해 상환 여력이 생기면 그때부터 원리금을 나누어 갚는 제도다. 기존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은 매월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학 중에도 생업전선에 내몰리는 동시에 급기야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젊은 대학생들이 사회에서 꿈을 펼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안고 좌절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든든학자금과 같은 국가장학제도는 국내에 우수 인재들을 일궈내는 자양분인 동시에 한국이 교육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길거리에 나와 울부짖는 반값 등록금이 당장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가용자원 내에서 더 많은 학자금 대출과 보조금 지급이 절실하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의 굴레에서 청춘의 열정을 소진하는 대신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기성 세대 모두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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