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소태환 네시삼십삼분 대표

초심 잃지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면 못할 게 없죠

PC방 알바서 게임 개발자 변신

'활' '블레이드' 연달아 히트시키며 모바일게임 '무서운 신예' 떠올라

게임장르 '빈 틈' 공략의 명수

액션 '삼국지 무한대전'으로 2G폰 첫 밀리언셀러 이끌기도



마음 놓고 인터넷을 하고 싶어 PC방 '알바'를 시작한 대학생이 있다. 일하는 시간 빼고는 게임에 원없이 빠져 살았다. 결국 대학 졸업장은 받지 못했다. 학부모가 가장 두려워(?)할 법한 궤적을 걸어왔지만 이 학생이 마음속에 품은 진짜 꿈은 '직접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게임을 만들어 파는 직업을 갖는 일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을 연달아 대형 히트시키며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네시삼십삼분(4:33)'의 소태환(37)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올해로 창립 다섯 돌을 맞는 '4:33'의 성장은 가파르다. 지난해 1월 출시된 게임 '활'은 출시 3개월도 안 돼 누적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또 이용자들이 '활'의 무대에서 하루 평균 1,400만건의 게임을 즐긴 진기록을 갖고 있다. 최근작인 '블레이드'는 40일 만에 300만명이 게임을 내려받아 '최단 시간, 최다 다운로드'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에는 국내 서비스 성적만으로 전세계 구글 플레이 매출 4위를 기록했다. 소 대표에게 이 같은 성공 비결을 묻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잘라 말했다.

게임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매니악 맨션' 같은 초창기 PC 게임을 제대로 하기 위해 영어 공부까지 했던 소 대표는 대학 진학 후 운명적으로 게임을 만난다. 최고의 인기 온라인 게임이었던 '포트리스'를 접한 것.

소 대표는 "집에서 혼자 하던 게임과 차원이 달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 자주 접속이 끊기고 느려지는 탓에 플레이 한 번을 즐기기 어려웠지만 영감을 많이 얻었던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 뒤 소 대표는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의 길로 들어선다. 1998년 경희대로 학교를 옮긴 소 대표는 다른 대학 컴퓨터학과에 다니던 친구와 의기투합을 한다. 기회도 좋았다. IMF 구제금융 이후 국내에서 벤처 붐이 일었던 때다. 소 대표는 친구와 학교에서 열린 창업 경연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이때 소 대표는 또 다른 '창업 동지'를 만난다. 창업 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가 바로 현 네시삼십삼분의 의장인 권준모 당시 심리학과 교수였다. 소 대표의 출품작을 본 권 의장은 창업을 제안했다. 권 의장은 교수로서 정부 자문도 맡았던 '게임통'이었다.

힘을 얻은 소 대표는 곧바로 학내 게임 제작 동아리를 만들었다. 2001년 이 동아리는 자본금 5,000만원을 가진 '엔텔리전트'라는 모바일 게임 제작사로 변신한다. 대표는 큰 어른인 권 의장이 맡았다. 사실 이때의 만남은 권 의장의 인생 항로도 바꿔놓았다. 학자였던 권 의장은 이후 넥슨 코리아의 대표직을 맡는 등 기업가로 변모했다.

회의실 하나 만한 사무실에서 4명이 시작한 엔텔리전트는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은 뒤 대박 게임 하나를 만든다. 피처폰 게임으로는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삼국지 무한대전'이 그것이다. 소 대표는 "2G 휴대폰 시절 (이용자가 직접 대결을 펼치는) 대전 액션 게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센세이션이었다"며 "이것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시삼십삼분이 게임 장르의 '빈틈'을 잘 파고들기로 정평이 난 것도 엔텔리전트 때의 교훈 ??문이다. 다른 게임사들이 아기자기한 캐주얼 게임, 또는 '고스톱 게임'에 집중할 때 엔텔리전트는 액션 게임을 선택하고 여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사실 게임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그는 "게임 커뮤니티 회원들이 '실컷 캐릭터를 키운 뒤에는 허망하다'는 의견을 많이 올렸다"며 "그럼 차라리 그 캐릭터를 써서 서로 대전을 벌이게 '뽐내는 장'을 마련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발상은 좋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휴대폰 인터넷망도 좋지 않던 시절 이용자들이 돈을 들여가며 게임을 할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소 대표와 개발진은 직접 '실험'에 뛰어들었다.

소 대표는 "회사 옆에 있는 휴대폰 대리점에 가서 데이터를 쓰면 과금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했다"며 "다행히 과금이 당시 PC방 이용료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실사'까지 마친 게임은 승승장구했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엔텔리전트는 2005년 1위 온라인 게임사인 넥슨에 인수돼 '넥슨 모바일'로 탈바꿈한다. 넥슨 모바일에서 소 대표를 비롯한 엔텔리전트 창립 멤버들은 게임에서 모바일과 온라인의 연동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공부했다. 몸에 남아 있던 '모바일 DNA' 때문이었을까. 2009년 넥슨 모바일에서 나온 소 대표는 현 양귀성 공동대표와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한다. 소 대표는 "마침 미국에서 아이폰을 보고 '이 정도 디바이스라면 뭔가 차원이 다른 것을 만들 수 있겠구나.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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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화는 더뎠다. 기대했던 '스마트폰 세상'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네시삼십삼분은 기존 피처폰 게임 개발을 병행해야 했다. 소 대표는 "액션 게임을 계속 만들겠다는 소신을 가졌지만 환경이 안 바뀌니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도전과 고민·불안이 뒤엉켜 있던 그때 소 대표의 말처럼 '껍질'을 깨고 '활'이 나왔다. 활은 스마트폰을 상하좌우로 기울여 활의 발사 각도를 조절해 세밀한 조작감과 긴장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스마트폰의 특성을 살린' 게임이라는 평가다. 자체 개발한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3G, LTE, 와이파이 등 변수가 많은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에서 실시간 대전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는 평도 받는다. 엔텔리전트 때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는 모습이다.

이제 네시삼십삼분은 직원 수 130여명, 향후 상장 가치가 1조원으로 평가 받는 규모로 성장했다. 게임들의 글로벌 출격도 속속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소 대표는 "아직도 배우고 싶은 회사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소 대표는 "초심을 잃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네시삼십삼분의 철칙"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호재기자

"게임 마케팅도 컬래버레이션이 중요하죠"

소형 개발사와 수평적 협업 첫 시도… '블레이드' 히트 성과

최근 '네시삼십삼분'은 기존과 다른 게임 마케팅을 하겠다고 나섰다.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라는 마케팅 모델을 들고 나온 것. 주로 '협력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이 단어는 패션 분야에서 두 브랜드가 합작하거나 음악가가 공동 작업을 할 때 사용된다.

소태환 공동대표는 게임 마케팅에서도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보통 개발사가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개발사보다 규모가 큰 마케팅 담당사(퍼블리셔)에게 위임해 유통하도록 하는 모델을 따른다.

그는 "기존 퍼블리싱은 기본적으로 갑과 을이라는 관계, 수직적인 관계를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애초의 뜻보다 오염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 업계에서는 소형 개발사가 대형 유통사의 '입김'에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수수료 구조를 봐도 유통 단계에서 개발사에 돌아가는 몫이 매우 작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 대표는 "예술가들이 재미 있게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을 보고 벤치마킹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컬래버레이션은 사실상 '공동 개발' 수준의 협력이라는 것이 소 대표의 설명이다. 소 대표는 "퍼블리셔는 마케팅만 하며 뒷짐을 지고 있고 개발사는 퍼블리싱 계약 때마다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유통사가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비교적 소규모인 개발사를 도와 궁극적으로 개발사를 키우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색다른 시도지만 성과는 나름 있다. 큰 히트를 기록한 모바일 액션 RPG '블레이드'가 컬래버레이션 모델을 적용한 첫 사례기 때문이다.

소 대표는 "컬래버레이션은 '회사 대 회사'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개발사가 부족한 부분을 유통사가 채워주면서 게임의 재미를 위한다는 하나의 동일 목표로 전진하는 것. 이것이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말했다.



■ 소태환 대표는

△1977년 서울 △강서고, 경희대 △2001년 엔텔리전트 부사장(창립 일원) △2005년 넥슨 모바일 마케팅 실장 △2009년 네시삼십삼분 사업본부 이사 △2012년~ 네시삼십삼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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