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한심한 육상물류 정책
화물연대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참으로 한심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우선 근로자도 아닌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산업의 발’을 무기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그렇고,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도 냉정하게 법을 집행하지는 못할망정 그때마다 당근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그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의 개방과 고속성장 속에 글로벌기업들이 동북아 육상물류시장의 새 판을 짜고 있는데 우리는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는 가엾고 딱한 현실 때문이다.
화물운송시장은 택시처럼 사업자 면허가 제한된 영세시장이었다. IMF를 맞으면서 시장론ㆍ경쟁론이 득세했고 지난 99년 대학처럼 허가제가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문제가 비롯됐다. 등록제 전환 이후 2003년까지 화물차가 78%나 급증했는데 화물은 고작 38% 느는 데 그쳤다. 화물 증가세는 더 위축되고 있어 과잉구조도 심화될 전망이다.
사업이 힘들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하는데 구조조정은커녕 ‘화물연대 파업’으로 오히려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동북아 육상물류시장은 급속한 통합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벌써 DHLㆍTNT 등 유럽ㆍ미국계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며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별 자원이 없는 우리는 지정학적인 위치를 기반 삼아 동북아 물류허브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금융ㆍ교육ㆍ의료ㆍ법률 등의 서비스와 ITㆍBT 등 첨단산업을 일궈내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다.
물류시장은 원래 다른 어느 시장보다 규모의 경제가 효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화물차량 한두 대를 가진 개인사업자들이 화물운송업체 이름을 빌려 사업을 하고 ‘번호판 값’으로 지입료를 지불하는 지입형태가 97%를 차지하는 영세구조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대형 육상물류업체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루속히 판을 흔들어야 한다. 다른 어느 부문보다 인수합병(M&A)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과감히 주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중소기업 몇몇에 종합물류기업을 인증해주는 소극 정책으로는 도도히 흘러가는 시대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나 독일처럼 정부의 우정사업 부문을 분리, 글로벌 통합물류를 담당하도록 하는 구상도 검토해봐야 한다.
육상물류정책은 부동산 정책과 함께 건설교통부가 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다. 국민들의 원성이 더 높아지기 전에 정신을 차리길 바란다.
/오현환
입력시간 : 2006/12/10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