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경기회복 부진은 기업 탓"

학계 "현금 쌓아두고 투자·고용에 몸사리기 심화"… 책임론 제기<br>S&P500 기업 현금보유액 크게 늘어나… "개인들 소비확대 여력 한계 다달아" 분석


미국의 경기하강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 부진의 책임이 개인들의 소비부진 때문이 아니라 투자와 고용에 인색한 기업들에 있다는 '기업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 동안 미 경제계에서는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부문이 살아나야 하는 데 10%에 육박하는 고실업과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개인들이 소비를 늘리지 않음으로써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했었다.

미 경제잡지 포춘은 최근 '소비자를 비난하지 마라(Don't blame the consummer)'기사에서 개인들은 여전히 많은 채무를 안고 있는데다 실업문제까지 겹쳐 있어 소비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모델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베커스 뉴욕대 교수는 "지난 1980년대까지 개인소비가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3%선이었지만, 이후 크레디트카드 도입, 사회보장 확대 등에 힘입어 개인소비지출이 늘어나며 경제를 견인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개인들의 소비확대 여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포춘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비중은 지난 2009년 71%로 금융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1%포인트 늘어난 반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로 위기이전 1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며 금융위기 이후 개인들에 비해 기업들의 '몸 사리기'가 한결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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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스텐다드 앤 푸어스(S&P) 500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지난 3월말 현재 8,37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650억 달러에 비해 26%나 늘어났다. 또 올해 미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은 평균 35%로 지난 1988년 이후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이익은 투자와 일자리를 축소하면서 얻어진 '질이 좋지 않은 이익'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크리스 크리스토퍼 IHS글로벌 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도 많은 부채를 안고 있지만, 이것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원인은 아니다"며 "결국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부문의 역동성 부족은 대출에서도 드러난다. 블룸버그는 최근 지난 2분기 미 기업들의 대출규모는 5,289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29%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고, 소비자들은 실업문제를 걱정하며 소비를 늘리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갈수록 나쁜 상황으로 빠져 들 수 있는 상황이다. 웰스파고 은행 계열의 메노모니 폴의 제임스 코헨 애널리스튼 "기업과 소비자들 모두 심리가 약해지고 있어 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대공황으로 빠져 들 것 같은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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