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高 지원자격 제한' 반발 확산
교육단체·학부모 "한탕주의정책…즉각 철회를" 시·도 교육청선 "우리 권한인데…" 월권논란도
이재용 기자 jylee@sed.co.kr
2008학년도부터 외국어고등학교의 지원자격을 현행 전국 단위에서 시도 단위로 제한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을 놓고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특히 교육부가 충분한 사전협의도 없이 지정된 권한을 넘어 외고 모집단위 제한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원격영상시스템을 이용해 열린 학부모 대상 특강에서 "2008학년도 입시부터 학생부 반영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면 외고 학생들이 대학에 갈 때 고통을 받게 되고 현재도 내신을 올리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자퇴하는 등 비교육적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고 모집단위를 제한한 배경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또 "지방선거를 해보니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110개의 외고 등 특수목적고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전국에서 우수 학생을 모아 그 고생을 시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청ㆍ교육단체 반발 확산=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21일 "외고 모집단위를 광역자치단체로 변경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따르겠지만 향후 모집단위를 학군 단위로 제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08년 이후 3~4년간 외고 운영실태를 평가한 후 설립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모집단위를 학군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원ㆍ학부모 단체들도 교육부의 방침에 대부분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의 방침 철회를 촉구하며 "교육부의 정책은 평준화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외고의 설립목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도 "평준화 정책으로 학교선택권이 학생에게 없는 상황에서 외고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교육부가 한탕주의식 교육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월권 및 책임논란=교육부가 2008학년도부터 외고 모집단위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행법상 외고의 학생모집 방법은 교육부가 아닌 시도 교육감이 결정할 사안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지역 교육감이 외고 등 특수목적고를 지정ㆍ고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이 교육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법령을 개정해 외고 인가권한을 교육부로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교육부가 전국에 걸쳐 31개교가 운영 중인 외고를 '실패한 학교'로 규정한 것은 책임을 방관한 '외고 죽이기'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이날 '실패한 외고, 이젠 바로잡자'라는 국정브리핑 기고를 통해 "입시교육에 치중하고 초중학생의 사교육을 심화하는 외고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고 설립 초기에 무대책으로 일관해 외고 문제를 스스로 키워온 교육부가 최소 3년의 유예기간도 없이 정책을 급수정한 것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입력시간 : 2006/06/21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