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韓부총리 '금리 발언'에 한은 당혹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채권금리 급등 현상을 겨냥, 1일 "금리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통화정책을 담당한 한국은행이 내심 불편한 눈치다. 한 부총리는 이날 한국투자공사 출범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금리인상을기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은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해 채권딜러들이 콜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과도하게 `베팅'하는데 대해 경고했다. 이러한 발언은 채권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수도 있지만 콜금리 조정의 권한을 지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입장에서 볼 때는 불쾌해 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한 부총리의 개인의견으로 생각한다"면서 파문의 확산을 피하고자 하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으나 7월 금통위 개최(7일)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러한 발언이 돌출된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에 대해 정부쪽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모양새가 좋지 않은데 "금리 인상이 절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단언적인 표현이 나온 것은 더더욱 곤란하다는 것이 한은의 분위기다. 과거 이헌재 전 부총리도 공.사석에서 몇차례에 걸쳐 콜금리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 한은 집행부와 금통위의 입장을 난처하게한 적이 있었으나 그 때마다 박승 한은 총재는 "부총리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넘겼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한 부총리 개인의 발언이라고 간단히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발언 내용만으로 따지자면 마치 `금통위가 절대 금리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것을 한 부총리가 시장에 미리 알려주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대놓고 재경부를 탓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7월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게 된 배경에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이 발단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공개된 `2005년 제10차 금통위(5월12일 개최) 의사록'을 보면 부동산 가격급등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회복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에 대한 일부금통위원의 질문에 한은 집행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도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선회, 콜금리 인상을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돼 채권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물론 한은에서는 뒤늦게 진화에 나서 금리인상에 관한 입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시장은 이미 달아오를데로 달아올랐다. 지난달 30일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02%로 전날보다 0.13%포인트나 급등, 지난 3월28일 이후 3개월만에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섰다. 이처럼 채권금리 급등의 원인 제공자가 바로 한은인 탓에 한 부총리의 발언에대해 직접적으로 항의하기도 힘든 셈이다. 1일 한 부총리의 경고 발언으로 채권금리는 잠시 급락세를 보였으나 오후들어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은 정부당국의 `경고'에 전혀 투항할 기세가 아닌 듯 하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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