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비디오아트 선구자 박현기전

현란한 만다라속 포르노 이미지

聖과 俗… 그 모호한 경계와 공존

박현기 '만다라'

원형 혹은 사각형의 화면이 수십 개의 작은 장면으로 나뉘어 눈 깜빡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변화한다. 반듯한 도형으로 나뉜 기하학적 형태와 반복적 움직임이 눈을 즐겁게 한다. 제목 '만다라'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작은 화면의 그림이 무엇인지 관심갖고 들여다보면 깜짝 놀라 작품 앞에 얼어붙게 된다. 적나라한 포르노 사진들이다. 화면 전반의 붉은 기운은 부둥킨 남녀의 드러난 살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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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만다라'는 부처와 보살을 배치해 우주의 진리를 표현하던 불화인데, '비밀스런 가르침'이라는 밀교(密敎)와 손잡으면서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상징적 그림으로, 나중에는 성적(性的) 힘을 키우는 수행과도 연계됐다.

국내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이며 '토종'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한 고(故) 박현기(1942~2000)가 1997년 뉴욕에서 처음 발표한 '만다라'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이 됐다. 성(聖)과 속(俗)의 모호한 경계와 그 공존에 대해 표현한 것은 만다라나, 그의 작품이나 한결같다. 박현기의 유족들이 기증한 2만여점의 자료와 작품을 2년 이상 연구해 1,000여점을 추려 기획한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이 27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졌던 것에 반해 박현기는 20대 때 빠져든 전통문화 공부의 영향으로 골동을 애호하는 토종 한국인이었다"며 "백남준이 휘황찬란한 테크놀로지로 미래지향성을 보여줬다면 박현기는 첨단미래를 향하는 그 바탕은 인간적인 것이며 물·돌·흙·철 등의 자연소재임을 알았기에 동양적 사상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더 탁월했다"고 말했다.이번 전시는 5월 25일까지. (02)2188-6000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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