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인도네시아 구제 실패”

◎자금지원 개시 이후/인니 후속조치 없어/경제위기 되레 확산/일부선 “잘못된 처방”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이 이미 실패했다는 비관적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지난 7월이후 달러화에 대해 무려 50%나 떨어졌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9일 하루사이에 달러당 484루피아(10%)나 폭락했다. 자카르타 주재 미국계 은관계자는 『외환 딜링룸엔 달러화를 사겠다는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갈수록 심각해져 이미 문을 닫은 16개 은행이외에도 금융기관들의 추가도산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정반대. 외국계은행들의 대출중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단기외채를 갚아야 하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달러화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환율폭등세가 진정되고 외화차입이 가능해지며 달러 가수요가 수그러들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경제위기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과감한 개혁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말레이지아나 태국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개혁의 의지도 방향도 보이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 말레이지아는 최근 과감한 경제대책을 발표했고 태국은 부실의 온상인 56개 금융기관을 문닫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정부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32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치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의 건강이 나쁘다는 풍문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말았다. 후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진다면 경제위기를 수습할 당사자조차 사라질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다. 싱가포르 속겐 증권의 닐 세이커 연구원은 『환율폭등을 막을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선 「구제금융 무위론」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력지인 자카르타 포스트는 9일 1면 톱기사로 「IMF의 개혁은 실패했나」라는 제목을 달아 인도네시아에 확산되고 있는 절망감을 표현했다. IMF가 권고하는 긴축정책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80년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중남미국가들에게 적용했던 긴축정책을 상황이 판이한 아시아에 똑같이 적용해 경제위기심화등의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것이다. 자카르타의 미국계 은행관계자는 『민간부문의 외채와 외환시장의 교란이 문제인데도 IMF패키지는 재정긴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유지하는 정책이 금융기관의 추가부실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 환율을 포기하고 금리인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족벌주의를 타파하고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보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개혁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IMF패키지는 단기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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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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