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빗나간 기아해법(사설)

기아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아 해법을 두고 기아측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왔던 채권금융단이 2개월간 부도를 유예하되 자금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기아는 금융권의 지원없이 자구노력에 의해 홀로서기를 해야할 처지에 놓였다.채권금융단의 이같은 결정은 김선홍회장의 퇴진과 자구계획의 노조동의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채권 은행단은 기아측에 김회장 즉각 퇴진각서와 노조의 동의서를 요구해 왔으며 이것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해왔다. 기아측은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다. 버티기의 배경에는 제3자에 넘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채권단의 요구가 기아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김회장 퇴진과 노조 무력화 이후 제3자에 넘기려는 속셈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는 채권단이 기아를 제3자에 넘기려는 시나리오를 갖고 그 수순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정부와 채권단이 시나리오설을 부인하면서도, 또 정부가 개입을 안한다고 하면서도 제3자 인수 불가피론을 은근히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아측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기아를 살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국가경제로 보나 국민 경제로 보나 그 길이 최선이고 국민적인 동의도 이뤄졌다. 물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앞서야 한다. 기아도 강력한 자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럴 때 금융기관이 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채권 은행단은 소극적이다. 자금 지원을 거절했다. 부실기업이 은행의 손에 들어가서 제대로 회생된 기업이 없다고 하더니 역시 그 같은 통설이 또 한번 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채권회수가 우선이겠지만 기업이 망해서 더 큰 손실을 보기 보다는 기업을 살리면서 채권도 회수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채권회수의 손쉬운 방안으로 제3자에 넘기는 것은 국민정서상 맞지 않고 자본의 경제력 집중만 심화시킨다. 이점에서는 정부도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에 오히려 말려야 할 일이다. 채권단이 기아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김회장 퇴진도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를 두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아를 그만큼 속속들이 아는 경영인도 없다. 위기에 대처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안도 마땅치 않을 것이다. 그도 경영 정상화를 못했을 경우 사심없이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굳이 즉각 퇴진시켜야 하고 그 때문에 지원을 못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채권단측은 사표를 받아 채찍질 하자는 것이지 즉각 퇴진시킬 생각은 없다고 했으면 굳이 형식 논리에 얽매일 것이 없을 것이다. 다만 노조 동의서는 노조측이 한사코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기아 부실경영의 상당한 책임이 있는 노조가 회사살리기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 문제의 해법은 진로 방식이 되었다. 그러나 기아는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 자구를 통해 홀로서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기아는 기아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파장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된다. 이미 부도업체가 늘고 있으며 어음만기가 몰린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마인드가 위축되고 경기회복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래서 기아 살리기 은행지원이 더욱 요구되고 채권단이 옹졸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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