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반도체 빅5 '시련의 계절'

반도체 빅5 업체가 `가장 혹독한 겨울(The Harshest Winter, D램익스체인지)'을 맞고 있다.26일 발표된 세계 2위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4.4분기(6∼8월) 실적은 깊숙이 패인 불황의 골을 재차 확인시켰고 삼성전자[05930], 하이닉스[00660]반도체,인피니온, 엘피다도 더이상의 `버티기'에 한계를 느끼는 표정이 역력하다. ◆ 한파에 시달리는 빅5 수개월째 계속되는 출혈경쟁으로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반도체 메이저들의 채산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세계 1위의 D램업체인 삼성전자는 최근들어 3.4분기 D램부문 적자전환설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는지난 2.4분기 빅5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던 기업.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삼성전자의 3.4분기 반도체부문 영업수지가 적자전환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내핍경영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실탄(현금)' 확보에주력하는 한편, 회로선폭 미세화 등 기민한 선행투자로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올 4.4분기는 물론 내년 경기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못하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5일 예상보다 훨씬 실망스런 4.4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매출이 작년동기 대비 79%나 줄어든 4억8천만달러에 그쳤고 영업적자가 5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12∼13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해둔 마이크론이지만 D램 값하락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시각. 이에따라 내달중으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등에 업고 전체 D램업계를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라는`비장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 지원을 통해 회생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지만 신규지원부족과 경기 불투명으로 생존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0.15㎛ 회로선폭 투자를 3분의 1로 축소한 `블루칩' 프로젝트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있지만 이는 단기적 대응수단이고 장기적 생존을 담보하려면 보다 과감한 신규투자가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마이크론 반덤핑제소의 중점 타깃이 하이닉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독일 인피니온은 이미 자금압박설이 확산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형국이다. 도이치방크는 "인피니온이 앞으로 1-2분기중 자금을 조달해야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며 목표주가와 실적추정치를 하향조정했다. 이미 올 상반기 유상증자를통해 15억달러를 확보한 인피니온이지만 원가를 밑도는 생산구조와 경기불투명으로신규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도시바의 메모리부문 매각이 답보상태를 겪는 것도 이런 자금난에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 NEC와 히타치의 D램부문 합작사인 엘피다 역시 양사간 화학적 결합지연과반도체 경기하락으로 인해 해외사업장 폐쇄, 감산, 대대적 인력감축 등으로 사업을축소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려있다. ◆ 가격은 내리막, 재고는 오르막 3개월가까이 주춤하던 D램 가격은 `테러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또다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주력인 128메가 D램은 테러사태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북미현물시장에서 개당 1.65(14일)→1.44(18일)→1. 425(25일) 달러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아시아현물시장에서도 1.29달러에 가격이형성돼 있다. 고정거래가격도 북미시장에 이어 아시아현물시장에서 2달러 미만으로내려가면서 좀체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시황분석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현 수급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최근 몇개월간 막대한 물량처분으로 감소가 예상됐던 재고는 테러사태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는 전체 D램업계의 재고가 5주이상이라고 보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업체가 4∼6주, 구미업체가 8주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달말 윈도XP 출시와 크리스마스 특수 등의 호재가 대기중이어서 반드시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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