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기업 자회사도 은행 대출 받기 어려워진다

‘모기업 믿고 묻지마 식 대출 받던 불량 자회사 종적 감출까.’ 앞으로 대기업 자회사라도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후광에 기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LIG건설 사태를 기회로 은행권이 대기업 계열 자회사에 대한 여신(대출)심사를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30일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 시중은행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으로는 대기업 계열 자회사라 해도 부실징후가 포착되거나 대기업의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관련 기업의 정보를 은행이 사전에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보가 공유된 기업은 주요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연장 받기 어렵게 되고 연장되더라도 대출한도가 축소되는 등의 불이익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실이 우려되는 대기업 자회사에 대한 신규 대출심사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심사담당 임원은 “기업 여신(대출) 심사를 할 때 더 이상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지원 여부를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며 “모기업이나 계열사가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차주(돈을 빌리는 당사자) 기업의 재무 상태나 신용도가 좋지 않으면 대출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대기업 자회사의 부실징후 정보 등을 사전공유하기로 하고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이 자회사의 부실을 막기 위해 지원하기보다 ‘꼬리 끊기’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간부는 “특히 건설사들이 모기업이 부실을 한두 번 떠안다가도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되자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은행도 이제는 대기업 자회사라고 모기업만 믿고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은행 등 주요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2월 말 현재 53조1,700억원으로 지난해 4월 말의 45조5,175억원과 비교할 때 10개월 만에 16.8%(7조6525억원)나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분 중 상당액은 대기업 계열 자회사의 대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차주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있거나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대주주가 대기업일 경우 통상적으로 대기업여신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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