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업계가 ‘통계의 볼모지’라는 불명예에 뒤집어썼다. 비공개기업은 물론, 상장ㆍ등록업체들 조차도 판매량 등 기초적인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업계획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내비게이션업계에 따르면 팅크웨어나 지오텔 등 코스닥 등록업체들은 사업보고서나 분ㆍ반기 보고서를 통해 내비게이션 단말기 또는 전자 지도 판매량과 같은 기초 수치는 어디에도 기재하지 않고 있다. 사업보고서 등에 기재되고 있는 내용은 매출액이 전부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엠앤소프트를 비롯한 전자지도업체는 물론, SK에너지 같은 대기업도 내비게이션이나 전자지도의 정확한 시장규모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업계에서 확보하고 있는 통계라고는 자사의 자료와 자동차 판매대수 정도다.
내비게이션 업계에서는 판매량이 알려질 경우 다른 업체에서 인기 제품을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업체들이 워낙 난립하고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통계’와 같은 기반 자료 보다는 ‘눈앞의 판매’에 급급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사업계획도 추정이나 소식에 의존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 시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곳은 전혀 없다”며 “시장을 알 수 있는 통계가 없기 때문에 내년 사업계획도 자체 분석이나 인맥을 통한 정보수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