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농협 개혁시계 거꾸로 돈다

농협 개혁시계 거꾸로 돈다 농협중앙회의 `개혁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중앙회가 기득권유지에만 신경을 쓰는 동안 일부 조합들은 자본잠식이나 적자에도 불구, 조합장급여를 대폭 올리거나 사옥신축을 비롯 불요불급한 시설투자로 조합원들의 재산을 낭비하고 있다. 게다가 감량경영을 한다면서 하위직은 줄이고 상위직은 늘려 조직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26일 농협 및 관련기관에 따르면 인삼조합이 지난 7월 통합농협의 출범을 전후해 일선조합장들이 연합회를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앙회는 인삼조합장들을 안성연수원으로 불러 통합취지에 어긋난다며 설득, 설립을 사실상 저지했다. 그러나 정작 통합농협법의 정신은 경제사업은 일선 회원조합 중심으로 운영하고 중앙회는 농정활동에 전념, 품목별 전문조합을 육성해 전업농의 발전을 돕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허태열의원(한나라)은 이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국정감사에서 “중앙회가 품목조합연합회 설립을 방해하고 사료공장이나 유가공공장 등 경제사업을 회원조합에 이관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덕적 해이현상도 여러곳에서 목격된다. 8? 일부 자본잠식 또는 적자조합의 조합장들은 경영이 좋지 않아 하위직급 직원들은 퇴직시키는 가운데서도 임금을 대폭 올려 개혁구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해 8월 명예직인 조합장을 경영의 책임까지 묻는다는 취지로 상근직으로 전환하면서 `임원실비 변상규약'을 고쳤는데 그 결과 1,177개 일선 조합의 67%인 788곳에서 평균 22.7%나 올랐다. 특히 121개 적자조합의 38.8%인 47개 조합과 43개 자본잠식 조합 가운데 11곳도 각각 19%, 9.8%씩 월급이 올랐다. 자본잠식이나 적자로 농협중앙회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는 163개 부실조합 가운데 117곳은 사옥신축 등 급하지도 않은 시설에 1,866억원이나 쏟아부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정장선(鄭長善ㆍ민주) 의원은 “98년 11월 발표한 농협개혁 추진계획에 따라 올 6월까지 평균 10%의 중앙회 직원을 줄였으나 이 과정에서 3급이하는 17.8% 감축한 반면 1급이상 상급직원은 오히려 21%나 늘어 인력감축을 통한 생산성향상이라는 당초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진우(朱鎭旴ㆍ한나라) 의원도 “부실조합이 절실하지도 않은 본사신축 등 시설에 무모하게 투자한 것은 조합원의 재산을 낭비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중앙회의 감독소홀을 질타했다. 입력시간 2000/10/26 17:14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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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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