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머니마켓펀드(MMF) 개선안은 펀드 편입자산의 안전성을 높이고 대형화를 유도함으로써 펀드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펀드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중소형 투신사들의 입지가 한층 좁아질 것으로 예상돼 투신권의 구조조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대형화ㆍ안정성 강화=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대폭 강화해 펀드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특히 MMF가 SK글로벌과 카드채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신용위험을 최소화하고 펀드를 대형화하는 데 주력했다. 또 편입자산의 잔존만기 요건과 편입채권의 신용등급을 개선하고 펀드규모의 하한제를 도입함으로써 펀드를 대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펀드 수익률 하락ㆍ자금 이탈 불가피할 듯= 하지만 투신권에서는 편입자산에 대한 강화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MMF에 편입할 수 있는 채권의 신용등급은 투자대상인 BBB- 이상이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AA-이상으로 상향조정된다. 펀드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잔존만기의 축소, 기업어음(CP)의 등급별 차등 규제 등으로 사실상 CP를 편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지금까지는 당일환매제가 적용돼 채권 값이 급격히 떨어져도 그날 신청하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익일환매제가 적용돼 채권 값 하락분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수익률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관이나 법인투자자에게 MMF를 기피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개선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최소한 MMF에 들어와 있는 자금 중 10~20% 이상이 다시 빠져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 투신사 타격 클 듯= 이번 조치에서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중소형 투신사들이다. 우선 펀드 규모 하한제가 도입되면서 소형 펀드 위주로 운용을 하고 있는 중소형 투신사들이 1~2개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MMF에 대한 경과조치가 시행 후 6개월 가량으로 예정돼 이후에는 추가 설정을 못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인과 법인펀드 각 1개씩 밖에 설립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번 개선안으로 인해 펀드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벌이질 것으로 예상돼 대형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처지는 중소형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한 중형 투신사 관계자는 “소형 투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펀드는 조만간 다 없어지고 운용을 포기하는 곳도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