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정희자의 예술경영 세계서 통했다

한국여성 첫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 수상<br>앤디 워홀 등 국내 처음 소개<br>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후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72)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26일 독일 몽블랑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제21회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을 수상했다.

몽블랑상은 활발한 문화예술 후원활동으로 문화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상으로 지난 20년간 10여개국에서 189명이 받았다. 국내에서는 박성용 전 금호그룹 회장, 윤영달 해태크라운제과 회장 등에 이어 정 관장이 8번째로 받았지만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다.


정 관장은 이날 오후 시상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큰 상을 탈 만한 자격은 없지만 30년 전 불모지였던 (문화예술)사업을 시작했다 도중에 어렵게 돼 그만뒀다가 다시 딸(김선정 부관장)이 받아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몽블랑이 상을 준 것 같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정 관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약으로 버티고 있다면서도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의가 여전했다. 그는 "수술을 7~8차례 했던 탓에 약에 의지하고 있지만 왕성하게 활동할 때 공들였던 해외 호텔과 장소를 많이 찾아보고 다닌다"며 "젊은 사람들의 삶과 발전상 등을 보면서 아직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은 예술로 귀결된다. 김 전 회장이 한국 경제를 호령할 당시 정 관장은 예술경영에 혼을 쏟았다.


정 관장이 미술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중국 베이징ㆍ옌지, 알제리, 모로코, 베트남 등 8곳에 호텔을 지으면서. 호텔 인테리어를 위해 그 지역의 실력 있는 작가를 발굴해 지원한 것이 미술 후원과 미술관 운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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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불모지였던 베트남 하노이에 호텔을 지을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지 작가들을 찾아 다니며 지원했지요. 그들의 작품이 호텔에 걸리고 각 대사관들이 그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작가들이 유명세를 치르게 됐어요. 4~5년 지나 홍콩 옥션 등에서 작품값이 많이 올라 작가들이 굉장히 기뻐했던 게 지금까지도 생각나네요."

정 관장의 예술사랑은 1991년 경주에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사립 현대미술관인 선재미술관을 설립하며 꽃을 피운다. 선재는 미국 유학 중 유명을 달리한 그의 장남 이름이다. 정 관장은 1990년대 초 국내에는 생소하던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등 현대 거장들의 작품을 타고난 예술적 감각으로 기획ㆍ전시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바스키아는 당시 미국에서도 거리에 낙서하는 작가라며 주목 받지 못했던 때라 정 관장의 안목이 두고두고 회자됐다.

정 관장은 1998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젊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아트선재센터를 짓고 국제적 수준의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이불ㆍ서도호ㆍ정서영ㆍ박찬경 등 아트선재센터를 거쳐간 작가들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정 관장은 영화에도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었다. 1996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부산국제영화제 1회 때부터 '선재상'을 만들고 지금껏 후원해왔다. 그는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부터 창작무용까지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예술단체는 여력을 다해 지원했다"며 "미술과 영화가 자생력이 강해 주목 받고 있는 것일 뿐"이라면서 겸손해했다.

그는 딸인 김선정 부관장과 예술작품에 대한 취향이 다르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배우고 있다고 했다. 예술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나를 위해 쓰는 것을 아껴서 문화예술계를 후원하려고 했고 앞으로도 누가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힘껏 도와주고 싶습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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