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800고지 뚫은 외국인, `그들만의 리그`

외국인의 지칠 줄 모르는 `바이(Buy) 코리아`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드디어 800선을 넘었다. 이로써 연초 북핵위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라크전쟁 등 연이은 국내ㆍ외 악재를 거치며 험난한 길을 걸어왔던 증시는 지수 1,000을 향한 새 이정표를 찍었다.그러나 이번 상승세는 개인 등 국내투자자가 철저히 소외된 `외국인만의 리그`라는 점에서 상승세의 성격 등에 관해 적지 않은 불확실성과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 올 들어 양대시장서 13조원 순매수 5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1,700억원 이상의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국내 주식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식욕`을 과시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서 약 13조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8월 이후에만 7조5,000억원을 순매수해 하반기 들어 매수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반면 국내 개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에 각각 5조5,156억원, 6조3,072억원을 순매도, 그만큼의 주식이 외국인 손에 넘어간 셈이 됐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4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64.84% 상승했으나 순매도 상위 30개 종목 주가는 5.88% 하락했다. 이와는 반대로 개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은 8.02% 하락했고, 순매도 30개 종목은 70.67%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개인은 오르는 종목을 외국인에 내다팔고 떨어지는 종목을 열심히 잡으며 상승세에서 철저히 소외된 `청개구리` 매매패턴을 여지없이 재현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 같은 매매를 통해 5월 28일 이후 줄잡아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를 같은 기간의 순매수액 13조원에 적용하면 현재까지 올린 평가차익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에서만 7,5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 `사자` 전망 불구 대세상승 여부는 불투명 지수가 800 고지를 돌파한 현 시점에서 증시의 최대 관심사는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점. 국내 증시 역사상 지수 800을 넘어선 경우는 모두 8차례이지만, 이 가운데 지수 1,000까지 이어진 경우는 단 3번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외국인 매수세의 원동력인 미국 경제지표의 뚜렷한 호전과 이에 따른 세계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라 아시아권에 대한 국제 유동성 공급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상승세의 기대 지수 역시 830~850선까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가는 이날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자금 유입이 둔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투자전략가는 “지난 3월 이후 자금 순유입 규모가 519억달러로 2001년과 2002년의 자금 유입 규모를 이미 초과한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는 “국내 매수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외국인에게만 의존하는 장세라는 점이 우려된다”며 본격 대세 상승 전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역시 향후 3개월 최고 지수를 850선으로 잡고 11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를 제시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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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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