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개별 대응엔 한계 공조체제 필요"

국내 휴대폰社, 특허괴물 앞세운 애플 공세 대응책 착수<br>특허소송 비용 등 엄청나 기업 생사 건 전면전 양상<br>정부-대기업 협의체 구축, 특허분쟁·정보 공유해야


애플이 미국의 신생 특허괴물 디지튜드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전면적인 글로벌 특허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일제히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향후 특허괴물의 특허 공세를 막아내려면 개별적인 대응이 아닌 집단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애플이 특허괴물에 특허권을 대거 양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삼성전자는 지적재산권(IP)센터를 비롯한 주요 특허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특허 전략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애플이 특허괴물과 손잡은 이상 삼성전자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여 나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LG전자도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금까지는 애플과의 특허소송전에서 빠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애플이 특허괴물을 앞세워 LG전자로까지 소송전을 확대할 가능성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또 이달 말 기업개선작업 종료를 앞둔 팬택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해외수출이 예상되는 스마트폰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향후 애플의 특허 전략을 점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북미통신법인을 비롯한 해외법인과의 협력을 통해 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애플의 특허소송에 단호하게 대처해나가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글로벌 특허괴물로부터 여러 차례 공격을 받은 전력이 있다. 삼성전자는 특허괴물인 인터디지털과 인텔렉추얼벤처스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해 4억달러 이상의 특허사용료를 지불했고 LG전자도 비슷한 내용으로 수억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팬택은 특허괴물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자 합의금 명목으로 지분을 내줬다. 국내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가가 100만달러 안팎인 특허소송은 소송비용이 50만달러 수준이지만 2,500만달러 이상이 되면 소송비용이 400만달러로 훌쩍 뛴다"며 "소송을 끝까지 진행해 승소하더라도 실익이 없어 중간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허괴물의 공세가 잇따르자 정부도 최근 특허괴물에 대응하기 위해 지식재산관리기업 창의자본주식회사(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산하에 별도의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특허권 방어를 위해 미국의 지식재산관리기업 AST와 RPX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착안해 일종의 특허방어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투자금 규모가 3,000억원 규모에 불과해 수조원대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특허괴물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고 국내 대기업이 참여하는 집단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의 특허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어 특허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특허괴물에 맞서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혜영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특허소송은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기업의 생사를 건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국제적인 특허분쟁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공동협의체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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