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인 줄소환 재계 초비상 “CEO처벌 능사 아니다”

불법대선자금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우리나라 대표 CEO(최고경영자)들의 턱밑까지 파고들고 있다. 17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기업인의 줄소환 사태를 앞두고 재계는 말 그대로 초비상 국면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비자금 수사로 총수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된 악몽을 떠올리는 모습도 엿보인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관제탑인 구조조정본부가 검찰 수사에 정면으로 노출된 이후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구조조정위원회의 멤버조차 확정짓지 못한 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와 SK, 현대자동차 등도 곳곳에서 경영 누수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A기업 자금 담당자는 며칠 전 “CEO가 괜찮겠느냐”는 해외 거래처의 전화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기업인들은 죄질에 따른 원칙 수사를 외치는 검찰의 행보에 동의하면서도, 적지않은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다. `과거의 행위에 대한 단죄`를 외치는 검찰의 정의가 한국적 경영 실상을 어느정도 담아낸 것인지, 또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기업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고려하고 있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한국 기업의 경영풍토를 지켜본 제프리 존스 암참(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 그는 기업인들의 사법 처리 방침에 대해 “CEO들이 돈을 건넨 것은 오래전부터의 정치 관행에 따른 것으로 그들 스스로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라며 “CEO들을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존스 회장은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가 살아야 하는 것이며 이 같은 현실을 생각해서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고문은 “세계적인 CEO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느냐”고 반문하고,“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인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고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의 한 원로 교수는 “주요 그룹의 총수가 사법 처리를 받을 경우 그로 인해 받는 직간접적인 피해는 최소 수억 달러에 이른다”며 “일괄 사면을 서두르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말에 공감한다”며 “사람을 처벌하는 것보다는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이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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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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