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유망분야 선점 위해 대대적 구조조정/취약기업 과감포기 경영자원 한곳에 투입/신규 진출 성패 따라 재벌판도 일대변화 예상「선택과 집중」
요즘 우리나라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이 단어 만큼 절박하게 와닿는 것도 드믈 것이다. 밖으로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세계화와 개방화시대, 안으로는 시장재편과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경영 환경이 송두리째 변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구조 재편기다.
이런 재편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은 물론 그동안 영위해온 사업구조도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로 바꾸어야 한다. 취약분야는 과감하게 버리고(선택) 유망분야에는 기업의 경영자원을 투입(집중)하는 전략이야 말로 전환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현대, 삼성, LG, 대우그룹을 비롯한 국내기업들이 21세기 비전을 새로내걸고 대대적인 한계사업정리를 비롯 신규사업 참여 등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로 보면 된다.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조직의 개편, 임금 구조개선, 인력재배치, 비용절감운동도 함께 추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탈바꿈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사업의 구조조정 뿐 아니라 경영의 구조조정, 나아가 기업과 사업은 물론이고 사람, 의식, 제도 까지도 완전히 바꾸어 체질 자체를 21세기형으로 바꾸어 놓겠다는 것이다.
특히 재계의 구조조정은 최근 불황과 국가적 차원의 경쟁력 제고운동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노조나 임직원들의 반발, 진입.퇴출에 대한 정부규제 등으로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격었지만 최근의 경기침체, 노동관계법 개정, 명예퇴직제 도입 등으로 새로 형성되고 있는 기류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이에따라 새해에는 기업들의 한계사업의 과감한 철수, 매각, 사업이양, 계열사 통폐합과 같은 구조조정 작업이 더 활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정보통신, 반도체, 항공, 유통 등 이른바 21세기 유망사업 분야는 재벌그룹들의 치열한 신규진출 경쟁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1백30여개의 한계사업을 정리키로 했던 삼성그룹을 비롯, 현대, LG, 대우, 선경 등 주요그룹들은 전체 사업을 전략사업, 한계사업, 철수사업 등으로 분류, 정리대상을 선정하고 사업구조조정을 새해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은 한계·철수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 또는 철수하거나 중소기업, 해외로 이전할 예정이며 이익이 나지 않는 공장이나 해외사업장은 아예 폐쇄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수익을 올리기 힘든 사업은 해외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부 그룹들은 현재 흑자를 내고 있더라도 1위 달성이 불가능한 사업까지 정리하고 유사 사업의 통폐합, 계열사의 흡수·합병, 사업포기 등 고강도 처방도 불사하고 있다.
반면 주요 그룹들은 이같은 한계사업 정리와 함께 전략부문에 대해서는 그룹차원의 투자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유망분야에는 경쟁적으로 신규 진출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제철 및 반도체, 금융사업과 항공사업을 새로운 주력분야로 선정한 것을 비롯, 삼성은 자동차와 비메모리 반도체·정보통신을, 선경은 화섬에서 정보통신·정밀화학·생명공학을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들 분야에 2000년까지 3∼10조원의 대단위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코오롱은 정보통신·정밀화학·의료기기를 3대 주력사업으로 정했으며 한화는 반도체와 유통.레저사업을, 진로는 유통과 해외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 유통, 정밀화학, 항공, 우주, 멀티미디어 등 유망분야는 이들 그룹들의 참여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며 이들 신규분야에서의 성패여하에 따라 재계의 판도가 바뀌는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다각화와 신규사업의 성공적인 진출은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유망분야로의 변신을 게을리해도 무한경쟁에서 뒤쳐지지만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한 신규사업에서 실패도 낙오를 의미한다.
지난 50년대 세계 1위를 달렸던 철강업체인 미국의 유에스스틸이 40년이 지난 지금 다른 기업에 인수됐고, 80년대까지 이름도 없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한 것과 같은 변화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또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60년대의 10대 재벌그룹중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그룹은 삼성과 LG, 쌍룡 3개 그룹뿐이다.
「선택과 집중」은 현대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최대 이슈이자 경영자들의 영원한 과제가 되고 있다.<민병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