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 수사가 풀어야 할 X파일 수수께끼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인 미림의 팀장이던 공운영씨가 자술서를 통해 과거 미림의 운영실태와 도청문건인 X파일의 유출배경을 공개하면서 막 시작한 검찰 수사팀이 풀어야 할 숙제의 분량이 한층 많아지게 됐다. 검찰은 삼성의 정ㆍ관계 불법자금 제공의혹을 수사하라는 참여연대의 고발을 받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 수사에 착수했지만 안기부 도청을 통한 X파일의 작성 및 유포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새롭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과거 도청의 주체였던 공씨가 세상을 향해 입을 열면서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엄청난 탈법행위를 밝히는 것은 국정원의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의 몫이 된 것이다. ◇도청 경로 규명이 우선 과제 = 검찰은 참여연대가 고발한 `안기부 X파일'관련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이 파일이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작성, 보고됐는지를 우선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X파일의 `산모'인 미림팀이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가 1994년재구성됐다는 공씨의 자술서 내용을 토대로 조직 복원 지시자와 도청내용 보고 접수자를 밝히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청내용이 안기부 대공정책실장-기획판단국장-차장-안기부장-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김영삼 대통령으로 연결되는 채널을 밟아 보고됐다는 전직 안기부 직원의 증언은 수사 과정에서 참고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정소 대공정책실장과 이원종 정무수석, 김현철씨로 이어지는 경복고-고대 출신자들이 미림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언론 보도의 진위 여부도 검찰 수사에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도청 대상과 규모= 공씨는 대통령을 제외하고 각계 각층의 최고위 인사들을망라해 도청을 했다고 증언함에 따라 미림팀의 감시 대상과 규모도 검찰에서 밝혀야할 과제다. 공씨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빼놓고 최상층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떠도는 다른 도청 테이프 없나= 검찰은 또 공씨가 도청 테이프 200여개를 개인적으로 유출해 보관하다 삼성관련 내용이 담긴 일부 자료를 재미교포 박모씨에게 넘겼지만 그 외의 테이프는 모두 국정원 감찰팀에 돌려줬다는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공씨가 반납한 도청 테이프들이 즉각 폐기됐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만약 그렇지않다면 국민의 정부 시절에 정치공작 등의 목적으로 악용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공씨가 도청자료를 불법 유출시킨 사실을 알면서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 비춰 국정원과 공씨 간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는지도 검찰의 규명 대상이다. 공씨가 국정원에 테이프를 반납할 때 일부 남겨뒀거나 박씨 외의 타인에게 넘긴도청자료는 없는지도 명확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27일 출근길에 "현재 남아있는 불법도청 테이프가 있다면 이를 모두 수거해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삼성 뿐만 아니라 혹시 다른 기업이나 언론사 사주, 정치인 등과 관련된 파일이숨겨져 있다면 완전히 수거해 그 내용을 확인하는 데 당분간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X파일 공개 배경도 수사 대상= X파일이 담긴 도청 테이프가 세상에 공개된 과정과 배경도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삼성에 대한 사업 성사를 위한 `압박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도청 테이프를 넘겨줬다는 공씨와 국정원 면직자들의 복직을 위한 거래용으로 받았다는 박씨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미국시민권자인 박씨가 자신이 유출한 X파일 때문에 온나라가 떠들썩한 시점에 주활동무대인 미국이 아닌 한국에 체류했던 이유도 적지 않은 궁금증을자아내는 만큼 검찰 조사에서 규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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