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시험에서 한국인들의 부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SAT 관련 부정만 이번까지 다섯 번이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 미국 간호사자격증의 국내 시험이 무산되고 토익 시험은 아예 한국인 전용 문제가 새로 만들어졌다. 미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이면 일단 의심부터 한단다. 분하지만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문제는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학벌 중시 풍토와 성과 제일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렇다. 부정이 드러난 어학원이 지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득점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다. 이를 방치한다면 증오와 불신이 끝없이 커져가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우선 부정한 방법으로 미국 대학 입학에 성공한 학생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시민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낙방생도 입시 결과에 승복하기 쉽지 않다. 정당하지 못한 승부를 경험한 이들이 주역이 되는 사회의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해외 명문대학의 문을 두드릴 실력이 못되거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계층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욱 냉소적인 사고로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구성원 전체가 불신에 빠진 채 반칙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기 쉽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강조했던 '사회적 자본'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사회는 경제발전은커녕 존립마저 힘들어진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어학원은 물론 학부모에 대해 세무조사 등 행정수단을 동원하고 명단을 언론에 흘려서라도 공개해야 한다. 국제적 망신이 누적되며 고쳐지지 않은 채 종국에는 나라의 근간이 무너질 판인데 팔짱 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