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정부-HSBC '10년 舊怨' 풀리나

HSBC 외환은행 인수가능성 높아져<br>98년 제일은행 매각협상때 터무니없는 인수조건 내걸어

정권이 교체된 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HSBC가 10년간 묵은 구원을 이번에는 풀 수 있을지 관심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론스타 문제를 조기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데다 인수위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이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맺은 HSBC의 아시아ㆍ태평양 회장을 역임한 바 있어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진표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론스타 회장의 증언까지 이뤄질 경우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재판 종결에 도움이 될 것이며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HSBC로서는 한국 시장 진출은 물론 10년 묵은 구원도 해소하는 셈이다. HSBC와 한국 정부의 구원은 10년 전에 시작됐다. IMF 구제금융에 들어간 이듬해인 지난 1998년 정부는 금융권 구조조정의 핵심이던 제일은행 매수 대상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당시 제일은행 매각에 참여한 곳이 바로 HSBC와 뉴브리지컨소시엄 두 곳. 정부 입장에서는 후보 면면을 볼 때 당연히 해외 사모펀드 수준의 뉴브리지보다는 HSBC가 제일은행을 인수하는 게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유리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정부의 뜻과는 정반대로 진행됐다. 인수제안서 마감일이던 1998년 12월26일 정작 기대를 걸었던 HSBC는 정부에 터무니없는 인수조건을 내건 반면 뉴브리지는 오히려 부족하나마 정부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특히 당시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매각 지분율의 경우 HSBC는 51%의 지분을 사되 1년 후 한국 정부 지분 49% 중 절반을 더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로 일관했다고 한다. 당시 매각협상에 관여했던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HSBC의 안은 한마디로 외환위기로 궁지에 몰린 한국 정부를 깔보는 수준의 조건들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 고위공무원이기도 한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당시 정부 협상 멤버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현직에 있는 한 HSBC가 정부에 신청하는 그 어떤 건도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얘기가 나올 만큼 HSBC에 대한 정부의 상처는 깊다”고 덧붙였다. 실제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이규성 부총리가 지난해 말 출간한 ‘한국의 외환위기’에 따르면 HSBC에 미련이 남은 정부는 뉴브리지 안까지 HSBC에 보여주며 인수조건 변경을 재차 촉구했지만 HSBC가 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부를 ‘두 번 모욕한 셈’이 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정권교체에 맞춰 분위기는 호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외국인투자 증대를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중요시하면서 론스타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속단은 어렵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HSBC의 구원이 풀리는 쪽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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