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오픈 콘돔 스타일


가수 싸이의 '오빤 강남 스타일'을 '오픈 콘돔 스타일'이라고 개작한 패러디가 한때 나돌았다. 한국의 성문화를 비하하는 의도가 깔렸다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지만 이 패러디는 강남 스타일이 크게 히트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 세계 최고 갑부이자 기부왕인 빌 게이츠 부부가 콘돔 개발 사업 지원에 나섰는데 소 힘줄로 만든 콘돔을 비롯해 11개 아이디어가 뽑혔다. 오픈 콘돔 콘테스트 격이다. 여기의 선정작이야말로 오픈 콘돔 스타일이란 말이 들어맞는다.


△한국인들은 콘돔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이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성인 인증을 받아야만 콘돔이라는 단어의 검색이 가능하다. 사용 빈도 역시 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꼴찌다. 국내 수요가 많지 않아도 한국산 콘돔은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콘돔을 찾는 몇 안되는 한국인들마저 수입산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한국은 세계 굴지의 콘돔 생산국이다. 옛 신문을 뒤적이면 1964년부터 콘돔을 인도 등에 수출해 수출 공로패를 받았다는 기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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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사용을 예의로 생각해 사용량이 한국의 10배에 이른다는 유럽권에서도 예전에는 성행위 표현을 금기로 여겨 콘돔에도 싫어하는 외국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 영국인들은 내내 '프랑스인의 편지'로, 프랑스인들은 '이탈리아인들의 만찬 접시' 또는 '영국인들의 장화'라고 불렀단다. 근대적 콘돔의 개발자로 평가받는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가브리엘 팔로피오가 콘돔에 대해 언급한 매독 치료법 책자의 제목도 '프랑스 질병'(1564년)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피임에 동물의 창자를 이용할 만큼 장구한 역사를 지닌 콘돔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와 재질을 갖춘 것은 불과 100년 안짝. 지금은 천연고무 라텍스에서 폴리우레탄으로 발전하는 단계다. 특이한 점은 구미에서는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듯이 라텍스를 녹여 콘돔을 만드는 자가사용자도 적지 않다는 사실. 빌 게이츠 아이디어 공모전의 개인 출품자들이 바로 홈브로이 출신이다. '안전한 쾌락을 위한 숨은 도구를 만드는 별나고 변태스러운 취미'로만 여겼던 콘돔으로도 돈과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시대. 말 그대로 오픈 콘돔 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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