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석동-강만수의 '머릿속 그림' 메가뱅크 현실화하나

김석동 "한꺼번에 큰 지도 만들자"<br>산은·우리銀·정책금융공사 등 모아<br>소·도매금융 등 기능별 재편 가능성<br>대선까진 1년 남짓… "문제는 시간"

김석동 금융위원장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현 정권 내에서 '지분'이 거의 없다. 참여정부 인물이라는 낙인이 찍혀 오랜 시간 야인 생활을 했고 어렵게 장관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위기상황에서 그를 지탱해줄 사람은 거의 없다. 본인도 이를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꿈은 크다. "쓰레기(부실 저축은행) 처리에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얘기다. 지난달 초 자본시장법 시행 2주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형 투자은행(IB) 출현을 위해 산업ㆍ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공공 부문 기능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혁명적 빅뱅'이라는 단어도 썼다. 한 달 남짓 흐른 지난 10일. 그는 자신이 금융위원장이 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강만수 경제특보를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내정했다. 이날 그는 산은ㆍ우리지주의 민영화 얘기에 "머릿속 그림이 너무 크다. 큰 지도들이 그려질 것이다. 내 임기 중 다 해결하겠다"며 특유의 '반 너스레'식 화법을 펼쳤다. 그러면서 "믿고 통으로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대업(大業)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힘'을 지닌 강 회장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강만수와 김석동의 만남. 두 사람의 결합이 갖는 포인트는 '큰 그림', 바로 '메가뱅크' 개념이다. 메가뱅크는 현 정부 출범 직후 등장했다. 이를 주창한 사람이 강 회장이다. 강 회장은 인수위 시절 산은ㆍ우리금융ㆍ기업은행을 포괄하는 초대형 금융회사를 만들자고 했다. 세계 30~40위권의 대형 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청와대 일각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들어가 '선 우리금융, 후 산은지주 민영화'의 틀로 바뀌었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메가뱅크의 그림이 떠나지 않았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됨에도 우리 금융회사들의 역량이 부족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관심은 그림의 화폭이 어디까지냐는 점이다. 두 사람의 의지를 보면 '선 우리, 후 산은'의 그림은 백지화됐다. 한꺼번에 '큰 지도'를 만들겠다는 방향은 섰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그린 메가뱅크에 '+알파(∝)'의 그림을 얘기한다. 산은과 우리ㆍ기업, 그리고 정책금융공사와 무역공사 등을 모조리 모은 뒤 기능별로 재편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소매금융(우리ㆍ산업ㆍ기업은행의 소매업무 결합), 도매금융(3개 은행 도매 업무 및 정책공사 등 결합), 투자금융(우리투자증권+대우증권), 보험 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한 고위 당국자는 "기능 재편이 이뤄지면 각각의 분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민영화는 단순히 경제적 게임이 아니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고 추동력을 얻기도 그만큼 힘들다. 강 회장이 권력의 핵심에 있다지만 남은 시간은 총선과 대선을 감안할 때 1년 남짓이다. 괜스레 그림만 크게 그리다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ㆍ정책이나 계획이 발표는 거창하지만 정작 내용을 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뜻)의 형국이 되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 직후 김 위원장과 가까운 전직 고위 관료는 "SD(김 위원장의 영문 애칭)는 일을 너무 크게 벌여 탈"이라고 평했다. 또 한 번 뜬구름 잡듯 그림만 그리고 말지, 아니면 자신이 꿈꿔온 시장재편에 성공할 것인지, 그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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