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7일] '치킨게임' 돌입하는 日 백화점들

"다이헨데스네(매우 힘들겠죠)." 일본 오사카 지역의 한큐우메다역 인근에서 한큐백화점을 운영하는 H20리테일링 관계자의 말이다. 오는 2012년까지 미쓰코시 이세탄을 비롯해 일본 유수의 백화점들이 인근에 들어서 무한경쟁에 돌입할 것을 예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는 것. 그의 말대로 지난 6월 찾은 이 지역에는 백화점들의 신축 및 증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당장 2012년 오픈을 앞두고 다이마루 백화점 증축과 한큐백화점 본관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미쓰코시 이세탄 백화점이 내년에 새롭게 들어서면 이 지역은 도쿄 신주쿠를 넘는 일본 최대 쇼핑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60만명에 달하는 유동인구를 잡기 위해 업체들이 이 지역에 모두 뛰어들어 피 튀기는 '치킨게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는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백화점의 현실 때문이다. 일본 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0.1% 감소한 6조5,842억엔인데 이 같은 매출 감소 추세는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1999년 311개였던 백화점 점포 수도 지난해 말 271개로 줄었고 최근에도 백화점 폐점 사태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도쿄 긴자의 터줏대감이던 세이부 백화점 유라쿠초 매장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38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세탄백화점 기치조지점도 적자 끝에 영업을 접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그나마 수익성이 보장된 역 인근 지역에서의 몸집 불리기를 통한 자구책에 들어간 것이 일본 백화점들의 현재 모습이다. 그동안 고급ㆍ고가격 이미지만 고수하다 최신 유행상품을 중저가에 제공하는 제조ㆍ유통 일체(SPA) 브랜드에 밀리고 젊은 층의 외면을 받은 결과다. 일본 내 치킨게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는 최신 트렌드 반영과 내부 혁신이 없으면 이들의 무한경쟁이 머지않아 한국 백화점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업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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