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껍데기뿐인 분양가상한제 이젠 폐지할 때

정부와 새누리당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종합부동산세와 함께 부동산 시장 과열기였던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2005년)됐다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 '대못' 규제다. 땅값과 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보태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이하로만 분양하도록 하는 가격통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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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는 표현처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떨어지면서 의미를 상실한 규제임에도 여야 간 정치공방의 소재가 되며 차일피일 폐지가 미뤄져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이미 2012년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제출됐으며 이후 국토위에서 세 차례의 법안심사소위를 거치기도 했다. 4월에도 여야 모두 국회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선정했으나 상임위 논의 및 여야 지도부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표류했다.

물론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부동산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고급 아파트를 지으려는 건설사 수요가 거의 없는데다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는 상한제 폐지 대상이 공공택지를 제외한 일부 민간택지에만 적용하는 부분폐지(탄력적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 결정 권한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넘어간다는 신호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최소한 가격산정 체계를 시장에 돌려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가 원가를 규제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오만이다. 가격은 오로지 시장만 결정할 수 있다. 정치권도 껍데기뿐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국적으로 합의해 빈사 상태인 주택경기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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