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가 개별 기업 이슈를 넘어 대형 악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악재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검찰의 현재현 회장 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등 동양그룹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동양그룹 사태가 확산되면서 ▲재벌 오너에 대한 여론 악화 ▲경제민주화 열풍 재점화 ▲중견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기업들의 수비적 경영 고착 등 부작용이 산업계 전반에 우려되고 있다.
특히 요즘 재계에서는 38위의 중견 그룹인 동양그룹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안전위주의 경영으로 선회하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재계순위 20위권 기업의 한 관계자는 "동양 사태를 보면서 기업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이미 자금 조달에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리미리 유동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적지 않은 기업들이 부실한 자금사정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정부가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신용보강 지원책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양 사태가 개인투자자들과의 법정소송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도 재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동양 사태가 앞서 법정관리 등에 돌입한 웅진이나 STX와는 다른 점도 이 부분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 접수된 동양 회사채 및 기업어음 피해신고 건수만 1,800여건에 이른다. 금융소비자원에는 1만여명이 기업어음(CP) 피해를 봤다고 접수하는 등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사태가 결국 금융당국이 기업 제재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동양 CP의 불완전 판매 여부 조사 및 분쟁 조정을 신속히 진행하고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며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금감원이 소송 비용 지원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 회장의 검찰 조사 가능성도 재벌가를 향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금감원이 동양의 사기성CP 발행 여부를 조사하고 나선 만큼 검찰이 현 회장을 목표로 수사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해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당시 윤석금 웅진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여론의 표적이 현 회장 개인으로 옮겨갈 경우 이는 곧 재벌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질게 될 것"이라며 "현 회장은 특히 윤 회장과 달리 샐러리맨 출신이 아닌 엘리트 검사 출신에 혼맥을 통해 재벌이 된데다 사재출연에도 소극적이었던 만큼 비난의 여지가 높다"고 전했다. SK나 LIG 등 오너가 수사 및 재판을 받고 있던 기업에도 그만큼 부담이 더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재계가 이번 사태 이후 몸을 사리기보다 적극적으로 경영개선을 추진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재계의 과제가 문어발식 경영을 접고 핵심역량을 기르는 것이었는데 웅진ㆍ동양 모두 과거의 문어발 경영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