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투·대투 공적자금 내달 추가투입

'시장안정' 내세워 '땜질' 급급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블랙홀로 인식되는 한투·대투에 또다시 5조원 안팎의 공적자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이어져온 정부의 양투신 정책은 무엇하나 명확한게 없다는 지적이다. 「땜질식 처방」의 연속이라는 얘기다. 추가 자금투입이 이뤄지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금조성도 이루어지지 않은채 「시장안정」을 위한 대의(大義)와 이를위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자금투입 발표만 불쑥 꺼내놓았다. 자금투입 방법도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3조원 투입당시 「공공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집어넣더니, 이번에는 판매·증권사로 분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모양새만 다르지 사실상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 스스로 쳐놓은 올가미에 걸린 셈이다. 무엇보다 3조원 투입당시 투신정상화의 기대를 잔뜩 가졌던 국민을 다시 골탕먹이고, 책임은 양투신의 전현직 임직원에게 돌리고 있다. 「변형된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1차 투입분은 3조원 안팎= 정부는 내달부터 양투신에 4조8,000억~5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자금을 투입한다. 정확한 투입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은행 주식의 가격평가문제(한투)와 대우콜 등 우발채무에 대한 부실책정에 당국간 이견이 있기 때문. 12일 열리는 금융정책협의회서 결정된다. 투입시기도 마찬가지. 이종구(李鍾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상당한 자금이 6월중 투입될 것이며, 나머지도 신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1차로 2~3조원 규모가 투입되고, 2~3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자금흡수에 따른 시장충격과 재원조달 문제때문이다. 투입자금은 증자형태로, 감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금투입은 양투신을 증권·투신운용사로 쪼개, 예금보호대상이 되는 증권사에 이뤄진다. 투신펀드는 예금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번 3조원 투입때도 국책은행 현금·현물출자를 통한 「공공자금」형식을 빌렸다. ◇재원조달방법= 李국장은 이날 한투·대투용 자금마련을 위해 예금공사의 무보증채 발행은 없으며 추가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국회동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예금공사가 자산공사로부터 3조원 가량을 차입하는 방안에 착수, 자산공사 시행령을 바꿀 방침이다. 이중 1조5,000억원은 양투신증자에, 나머지는 나라종금 대지급, 제일은행 풋백옵션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다른 방법은 예금공사의 여유자금 및 예금공사가 부동산과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ABS(자산담보부증권)를 발행하는 것. 그러나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금조달상 공백이 생긴다. 정부는 이 공간을 예금공사가 주식 등을 담보로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나라종금과 서울보증보험 등 여타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투입을 감안할때 이 정도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는 여전히 「국회동의」에 의한 보증채 발행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5조원에 대한 신뢰는= 3조원 지원후 또다시 5조원. 이번에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있나. 불행히도 양투신의 부실 속사정을 보면 마냥 신뢰할수도 없다. 실사결과 드러난 양투신의 고유계정 부실규모는 5조7,000억~5조8,000억원 규모. 문제는 잠재부실. 업계에서는 현재 투신권을 옥죄고 있는 잠재부실이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워크아웃 및 리스채 등 비대우부실과 연계차입금, 대우 보증 기업어음(CP), 나라종금 연계콜, 신탁형수익증권 등이 그 대상이다. 남상덕(南相德)금감위 조정협력관은 이날 추가투입과 관련, 『과거누적부실이 현재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추후 공적자금을 추가투입할때 이번과 똑같은 명분을 내세울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부의 변형된 「모럴해저드」= 양투신 정책은 『시장에 의해 땜질로 얼룩진 정부의 대표적 정책실패작』으로 표현된다. 정부는 지난해 양투신에 대한 3조원 지원을 발표하면서 『자체 경영정상화 및 코스닥등록을 통해 투입자금을 조기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뒤 반년도 안돼 이번에는 대우채손실에 따른 펀드부실을 메꾸기 위해 5조원을 넣겠다고 나섰다. 「누적부실의 현재화」라는 그럴듯한 표현도 동원됐다. 아파트를 중간쯤 지은뒤에 애초 견적이 잘못돼 기초공사가 잘못됐으니 다시 허물로 짓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잘못했다」는 당국자는 한명도 없다. 대신 양투신의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에만 목청을 높이는 실정이다. 이미 특검을 통해 문책받은터에 또다시 「부관참시」를 외치고 나선 셈이다. 민간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공적자금의 투입원칙은 「적재적소에 신속하게」이다. 최소한 국민세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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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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