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끝내… 무너진 '가리봉뉴타운의 꿈'

지정 10년 만에 통째로 해제, 창신·숭인 이어 두번째… 첫 주민 찬반투표로 결정

부동산 경기침체·LH 부채 겹쳐 육성사업 진척없이 허송세월만

나머지 추진구역 개발에도 영향… 기반시설 비용 공공부담 눈덩이



'벌집촌'으로 널리 알려진 서울 구로구 가리봉뉴타운이 통째로 해제된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도록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다 지난달 말 주민 32%가 직접 서울시에 지구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서울시가 해제 요청을 받아들이면 주민 스스로 뉴타운 사업을 포기한 첫 사례가 된다. 또 지난해 창신·숭인뉴타운 이후 구역 전체가 사업이 무산되는 두 번째 뉴타운이 된다. 특히 가리봉뉴타운 외에도 서울시내 54개 구역이 이미 해제됐거나 해제 절차를 밟고 있어 좌초된 뉴타운 대안 마련이 노후도시 재생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서울시와 구로구에 따르면 구로구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주민 의견수렴 결과 토지 등 소유자 1,899명 중 617명(32.5%)이 사업을 반대해 지난달 말 가리봉재정비촉진지구의 해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주민 30% 이상이 반대하면 구역 해제가 가능하다.


구로구청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많은 가리봉5구역은 주민 반대 비율이 30%가 안 되지만 나머지 4개 구역의 해제로 뉴타운 본래 목적인 광역개발이 불가능해져 함께 해제 절차를 밟게 됐다"고 말했다.

◇꿈으로 끝난 서남권 중심지 개발=가리봉뉴타운이 위치한 구로구 가리봉동 125 일대는 과거 구로공단 종사자들의 거주지인 벌집촌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산업단지와 가산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한 후 주변 정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2003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2008년에는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일대에 컨벤션센터 등 업무시설을 비롯, 상업·문화시설, 5,000가구 규모의 주거시설을 조성해 서남권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구 지정 이후 10년이 넘도록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가뜩이나 입지가 떨어지는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 LH의 부채 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최근 33만㎡ 규모의 지구를 5개 구역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4개 구역에서 사업 반대 의견이 높아 결국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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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주민 다수가 원하는 만큼 지구 지정 해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특히 사업이 표류하는 동안 이 일대에 중국동포 등이 유입되면서 슬럼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상태여서 대책마련을 위해 시급히 연구영역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구멍 난 뉴타운, 막대한 기반시설 부담 고민=문제는 가리봉뉴타운 외에도 서울시내 상당수 뉴타운이 개별 구역 해제로 나머지 추진 구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지정된 천호·성내뉴타운이 대표적인 예다. 5월 지구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천호2구역을 비롯해 성내2·4구역 등 3개 구역이 해제된데다 존치정비구역인 천호1·2·3·7·9구역도 주민 30% 이상이 사업에 반대해 연내 해제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전체 부지 23만2,580㎡ 중 41%가 해제되는 것이며 존치구역을 제외한 실제 개발 대상 부지 기준으로는 60% 가까운 면적의 사업이 무산되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천호·성내뉴타운의 경우 5개 구역의 해제를 염두에 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잇따른 구역 해제로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 기반시설 설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아예 지구 전체를 해제하는 문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크든 작든 이런 문제에 맞닥뜨린 뉴타운지구는 전체 34곳 중 9곳에 달하는데다 하반기에도 37개 개별 구역이 추가 해제될 것으로 보여 이른바 '구멍 난' 뉴타운은 모두 20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미 사업이 진척된 구역들이 있는 곳은 지구 해제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막대한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공공에서 감당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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