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 법률업계도 '태풍전야'

日·佛·獨 로펌들 개방 빗장 열자 英·美계 공세에 '와르르' <BR>기업들 자문시장 상당부문 잠식 우려



세계 법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영ㆍ미계 로펌들이 개방에 나선 일본ㆍ독일법률시장에서 현지 대형 로펌들을 잇따라 와해시키자 이르면 내년부터 개방이 예상되는 국내 법률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시장을 완전개방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굴지의 대형로펌이 영국계 로펌에 사실상 흡수당하는등 토종 법률회사들이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국내 대형로펌들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자간 개방협상인 도하개발라운드(DDA)에 관계없이 미국 등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키 위해 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여서 법조계에서는 태풍 전야의 고요함이 감돌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신임 한덕수 경제 부총리가 개방주의자로 알려져 있어 정부가 FTA 추진 과정서 주요 협상국에 급진적인 서비스 개방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내 법률시장, 특히 기업 자문시장 상당 부분이 대책 없이 외국계 로펌에 잠식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굴지 로펌 와해=일본은 내달 1일 외국 로펌의 동업ㆍ고용까지 포함하는 완전 시장개방을 앞두고 최근 일본 굴지 로펌인 미쯔이 야스다 와니&마에다(이하 미쯔이ㆍ변호사 70여명)가 결국 문을 닫았다. 영국계 로펌인 링크레이터스(세계 4위ㆍ변호사 2,000여명)가 고액 연봉 등을 제시하며 미쯔이의 주요 파트너(구성원) 변호사 30여명을 하나 둘씩 빼내가자 이 여파로 폐업을 하게 된 것이다. 미쯔이는 당초 링크레이터스와 합병을 위해 서로 실사까지 마쳤으나 막판 거래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중반 문을 연 독일은 현재 랭킹 10위인 토종 로펌 헹겔레르 무엘러를 제외하고는 1위부터 9위까지 거대 영ㆍ미계 자본에 넘어갔다. 일찌감치 자국 빗장을 열어 제친 프랑스는 영ㆍ미계 로펌이 시장을 휩쓸자 최근 들어 외국 로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영ㆍ미계 로펌의 자국 변호사 고용 등을 허용하면서 상당 부분 법률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국내시장 개방협상 초읽기=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DDA 협상이 올 연말 타결을 목표로 7월까지 세부 협상안을 확정진다는 방침이어서 하반기부터 법률시장 개방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외국계 로펌의 국내사무소 설립부터 허용하는 단계적 개방안을 내놨지만 영국과 미국이 국내 변호사의 고용과 동업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단계별 양허안대로 외국계 로펌의 국내 사무소 설립만 허용하더라도 영ㆍ미계 로펌이 국내 로펌과 맞잡고 사실상 기업 자문이 가능해 국내 로펌의 기업자문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선 단계적 개방안이 유력하지만 정부가 다자간 협상과 별도로 통상 확대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미국 EU 등과도 FTA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개방 폭과 속도가 의외로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 서비스 수출액(2002년 기준 3조800억원)이 내수 법률시장보다 큰 영국은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이 마지막 남은 노른자 시장으로 보고 가장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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