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상업적이던 영화가 예술로 승화한 데는 고전의 힘이 컸죠."

최은 박사 인문학 강좌 '영화 속 고전읽기'

개포도서관서 2월 25일까지


“영화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탓에 할리우드의 전성기 시절에도 천박하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다녔죠. 영화계가 아이디어의 고갈과 예술적인 차원으로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바로 고전의 차용이었습니다. 성경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그 뒤를 이어 문학작품들이 영화로 잇따라 제작되고 시대가 바뀌면 다시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 등장했죠.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이후 새로 선보인 ‘위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리나’ ‘레미제라블’ 등입니다.”

28일 서울시교육청 개포도서관에서 열린 고전 인문 아카데미 ‘영화 속 고전읽기’의 첫 강의에서 최은 박사(영화이론 전공)는 고전문학과 영화의 장르간 교류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스콧 피츠제럴드 원작의 ‘위대한 개츠비’를 주제로 한 첫 강의에서 최 박사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2013년 작품이 어떻게 원작을 각색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원작에서 여주인공 데이지의 사촌인 닉은 ‘사람을 이해하려면 지켜보고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주변에 괴짜들이 늘 많았다는 정도로 묘사된 객관적인 관찰자 역할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우울증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로 등장합니다. 유부녀인 데이지와 옛 연인이었던 개츠비가 다시 만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닉은 죄책감과 부유층에 대한 경멸감 등 복합적인 심리로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인물로 각색이 된거죠. 영화 속 닉은 마치 늘 올바른 결정을 요구받는 현대인과 닮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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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의는 작품에서 놓쳐선 안될 주제와 배경지식으로 이어졌다. “위대한 개츠비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기둥 줄거리이면서 1920년대 미국사회를 지배했던 모순된 정서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흑인들의 음악이었던 재즈는 우울한 정서를 대변하는 장르였지만 1920년대 백인사회로 넘어오면서 우울한 정서에 퇴폐적인 이미지가 포개져 신흥부자들의 흥청망청하던 시대를 대변하는 장르로 바뀌게 되죠. 미국 사회는 당시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되지 못한 일부 계층의 개인적인 좌절이 드러나는 이른바 모순된 시대였습니다.”

50여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신청해 대기자가 속출한 이번 강좌에는 강의가 시작되는 오전 10시 이전부터 강의실이 꽉 찼다. 최은 박사는 원저자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활동과 그의 인생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영화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곁들여 강의를 이어나갔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SK텔레콤과 한국출판인회의가 후원하고 있는 고전 인문학 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에서 최 박사는 ‘위대한 개츠비’에 이어 ‘오만과 편견(2월4일)’ ‘안나 카레니나(2월11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2월18일)’ ‘나니아 연대기(2월25일)’ 등을 주제로 총 5차례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는 영화와 고전을 주제로 한 강좌 외에도 한국건축, 한국고전, 고지도, 예술 속 고전읽기 등 풍성한 인문학강의가 열리고 있다. 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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