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경제·산업 넘어서는 문화적 개념<br>관련법 일원화·R&D 적극 지원을"
디자인하면 생각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결에 미끈한 맵시의 자동차, 납작한 휴대폰을 떠올린다.
정우형(47) 다담디자인어소시에이트 대표는 이게 못내 아쉽다.
아직까지도 디자인하면 '기업인이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 주는 도구' 정도로만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
"보도블럭을 깔때도, 멋하고는 무관할 것 같은 군복을 만들때도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디자인 개념은 그만큼 무궁무진합니다. 경제적 개념에 문화적 개념이 더해진 것이죠"
그는 지난해 김태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주도한 산업디자인진흥법의 전면적인 개정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우선 관련 법부터 시대에 맞게 고쳐야 아직 미비한 디자인 산업의 인프라가 정비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에서는 디자인의 범위를 제품ㆍ포장 디자인에서 웹(Web)ㆍ사운드 등으로 넓혔습니다. 특히 디자인 정책이 산업적 관점에서만 다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국가디자인위원회를 두도록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 대표는 최근 디자인 정책의 총괄부처를 놓고 빚어지고 있는 정부 부처간 갈등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는 "최근 문광부가 의원입법으로 공공디자인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현재 산자부 주관의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과 함께 두개의 법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디자인 관련 정책이 일원화돼야 하는 만큼 하나의 법으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정안에는 디자이너와 디자인 업체 육성을 위한 기금 조성, 디자인진흥원의 예산 확충 등도 담았다.
"국내 디자인 기업이나 디자이너의 능력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성과물은 뒤쳐져 있습니다. 바로 관련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이죠. 정부가 디자인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다담디자인의 경우 각종 제품의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어 해외 업체에 되팔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요구에 응하는 수준의 디자인이 아니라 직접 만든 제품 컨셉을 들고 중국의 휴대폰 업체에게 "제품에 적용해 보라"는 역(逆) 제안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것.
정 대표는 "디자인이 컨설팅 수준의 비지니스에서 벗어나 기업을 리딩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면 그 시발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금성사 디자인종합연구소 R&D 팀장 출신으로 지난 92년 다담디자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올린 다담디자인은 업계 선두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