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9월15일] 앨프리드 챈들러 권홍우 176.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 기업의 숫자다. 미국의 성장이 대기업을 낳았을까, 거꾸로 대기업이 미국의 발전을 이끌었을까. 앨프리드 챈들러(Alfred Dupont Chandler)는 후자라고 단언한다. 챈들러는 경영사학의 개척자. ‘기업사 측면에서 BC는 곧 챈들러 이전(Before Chandler)’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듀폰가의 외손자로 1918년 9월15일 태어나 평생을 기업사 연구에 바쳤다. 1940년 하버드대학을 수석 졸업한 뒤 해군 복무, MITㆍ존스홉킨스대학 역사학 교수를 거쳐 1971년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챈들러가 본 근대적 대기업의 시발점은 철도.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고 충돌사고 방지를 위한 정교한 운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이 발생해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20세기 초반 미국 경제가 세계 1위에 올라선 힘도 기업집단이 전략적으로 조직을 개편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덕분으로 풀이한다. 미국과 영국ㆍ독일 세 나라의 200대 기업이 걸어온 길을 조명한 저서 ‘규모와 범위’에서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필수조건으로 규모의 경제, 즉 대형화와 설비투자, 전국적 판매망, 경영조직의 탄력화를 꼽았다. 미국ㆍ독일과 달리 영국 경제가 추락한 원인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라고 봤다. 경영인의 역할도 중시했다. 기업의 성장은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 여건이 아니라 경영층의 ‘보이는 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88세의 노학자가 본 미래전망은 음울하다. 챈들러는 19세기 말 산업혁명의 파급효과가 25년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1980년대에 시작된 기술ㆍ정보혁명도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과연 그럴까. 입력시간 : 2006/09/14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