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중인 `웰빙`바람이 가전업계에도 불고 있다. 때문에 웰빙 제품은 계속되는 내수 부진 속에서 국내 가전 업체들을 지탱해주는 효자 품목으로 성장했다.
특히 사스(SARS)와 황사, 독감 등이 전 세계에 유행처럼 퍼지면서 웰빙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웰빙 현상은 판매에서 증명된다. 지난해 일반 가전제품 판매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가운데서도 `웰빙` 제품의 판매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가전 업체들은 올해 시장 주도권도 웰빙의 흐름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웰빙의 흐름이 예상외로 빠르게 번져 나가면서 외산 가전 업체들도 공기청정기 등 중상류층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 업체와의 한판 대결을 선언한 상황이다.
◇나노 기술로 시장 점유= 웰빙 가전제품은 이른바 `나노 실버`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노 실버 기술이란 은을 20㎚(㎚=10억분의 1m) 이하로 잘게 쪼개는 기술로 은이 나노 상태가 되면 강력한 살균성과 항균성을 가지게 돼 가전제품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국내 가전 업체로는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내놓은 양문형 냉장고 `나노실버 클라쎄`가 나노 기술을 첫 적용한 제품이었다. 출시 한달 만에 3,000여대가 팔려나갔을 정도다.
양문형 냉장고가 좋은 반응을 얻자 가전 업체들은 김치 냉장고 등에 나노 실버 기술을 추가로 적용했고, 에어컨 신제품과 세탁기ㆍ공기 청정기 등에도 잇따라 나노 실버 기술을 채택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하우젠 은나노 드럼세탁기`는 10㎏제품 가격이 일반 드럼 10㎏에 비해 20만~40만원 비싼데도, 10㎏급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로 꼽혔다. 이젠 신혼부부들의 혼수품 1호로 손꼽힐 정도다.
공기청정기 시장의 경우 최근 2~3년간 매년 2배씩 성장하며 지난 2001년 750억원대에 불과하던 시장이 올해에는 3,50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결합한 공기청정가습기도 주요 웰빙가전 품목. LG전자의 공기청정 가습기는 22만9,000원으로 10만원대 초반의 가습 기능만 제공하는 동급 복합식 가습기보다 곱절 이상 비싼데도, 일반 모델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판매됐다.
◇외산 업체들도 공격적 판촉= 지난해 외산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최고 20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마케팅 무대로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고, 네크워크망도 촘촘해지고 있다. 제품도 공기청청기와 로봇청소기 등 중상류층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샤프전자의 시장 공략 제품은 공기청정기다. 일본 시장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제품은 지난해 서울대 미생물연구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제거 실험에서도 성능이 입증됐다. 로봇청소기는 한대에 200만원을 호가하지만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처음 내놓은 뒤 한 달 평균 50여 대 이상 판매하고 있다.
JVC는 최근 초당 60개의 정지영상을 볼 수 있는 390만원짜리 골프자세 교정용 캠코더를 판매중이다. 디지털 캠코더가 보통 15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싸지만 골프 애호가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외산업체의 한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자칫 상류층에만 국한되기 쉬운 외산 가전 제품들이 웰빙의 흐름을 타고 시장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며 “지난해가 시장 개척의 해였다면 올해는 강화된 경쟁력으로 국내 업체들과 본격적으로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장도 럭셔리하게"
`수백만원대의 로봇 청소기와 1,000만원대의 초대형 PDP-TV.`
웰빙 가전이 인기를 모으면서 매장도 `웰빙 코드맞추기`로 변하고 있다. `웰빙족`이 몰려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고급 가전 제품을 즐비하게 전시하는 등 매장의 프리미엄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핵심 타깃은 역시 서울 강남. 1,000평에 육박하는 초대형 가전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강남 중의 강남`으로 불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내에 리빙 프라자 타워팰리스점을 연데 이어 논현동에도 신규 대형 매장을 개장 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 7월 강남 대치동 은마 상가 맞은 편에 200평 규모의 직영 유통망 LG하이프라자 대치점을 열었다. 하이프라자 중 최대 규모다.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인 하이마트는 서울 안세병원 사거리 길목에 자사 매장 중 최대 크기인 1,000평 규모의 신사점으로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단일 규모로는 하이마트 매장 중 최대다.
전자랜드21도 테헤란로변에 700평 규모의 대형 가전매장인 `디지털팰리스`를 두고 강남을 공략중이다.
편안하고 쾌적한 레저 SUV로 즐겨라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소비 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웰빙`족 잡기에 나섰다.
웰빙족의 키워드는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하면서 삶의 여유와 행복. 이들에게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는 안성맞춤이다.
◇웰빙족은 왜 SUV를 선택하나=SUV는 운전석 위치가 높고 시야가 넓어 운전의 스트레스를 줄여줌과 동시에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여행사의 단체 여행보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주말여행을 즐기는 웰빙족들에게 넓은 적재공간과 저렴한 유지비를 제공하는 SUV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인식될 정도다.
이 같은 웰빙족들의 SUV에 대한 수요는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최단시간에 SUV를 판매율 1위로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지난 98년 내수시장에 모습을 나타내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7%에 불과했던 SUV시장은 2002년 25%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중형차 시장을 누르고 최대시장으로 급부상 한 것.
지난해에도 SUV의 차 시장 점유율은 신장세를 유지해 업계에선 2003년 자동차 전체 판매의 30%정도를 SUV가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치열한 3파전 = 국내 SUV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의 치열한 3파전으로 압축된다. 현대차는 지난 98년 싼타페를 출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SUV를 처음으로 소개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의 주도이자 서부 사막지대인 싼타페의 지명을 따라 명명된 싼타페는 레저생활과 쾌적한 드라이빙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층을 겨냥해 운전을 여가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표적인 차량으로 각광 받고 있다.
기아차의 쏘렌토는 동급 최대의 실내 폭으로 뒷좌석에 3명이 타도 넉넉하게 여행할 수 있는 레저용 차량이다. 또 쏘렌토는 정통 SUV 스타일의 높은 차체와 단단한 서스펜션을 갖춰, 여행 중 개천이나 오프로드를 만나거나 진흙 구덩이 돌길에서도 여유 있게 주행할 수 있어 편안한 여행 길을 도와준다.
`대한민국 1%를 위한 차`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탄생한 렉스턴은 아무나 살 수 없는 고급차이면서 연비는 국내 SUV중 가장 적게 드는 실용적인 자동차라는 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된 뉴렉스턴의 연비는 수동변속기가 디젤연료 리터당 11.8km, 자동변속기가 리터당 10.4km로 모두 1등급에 속한다. 디젤엔진에 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연비까지 겸해 구입비용은 가장 많이 들지만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게 특징이다.
<김영기기자, 한동수기자, 김영기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