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분열' 현대家] 흩어진 현대家의 시선들 겉으론 "중립" 속으론 "득실계산" 분주…'현대그룹 정씨일가가 소유' 명분은 한목소리'현대重·KCC의 경영권 인수'엔 의견 엇갈려…성우그룹도 상선지분 매입, 힘의 균형 변동 조짐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현대그룹이 정씨 일가의 소유라는 점에 대해선 현대가는 같은 의견입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이나 KCC가 주축이 돼 현대그룹 경영권을 쟁취해온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때 현대가의 가신으로 꼽혔던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사태에 대해 이 같은 관전평을 내놓았다.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대가의 의중이 한 곳으로 모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당사자들 입장에선 크나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힘 겨루기에 들어간다면 결국 얼마나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했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각기 흩어져 있는 범현대가의 입장이 핵심변수로 떠오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재계 관계자들은 범현대가 멤버들이 겉으론'중립'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명분과 실리를 복잡하게 따지는 이해득실 셈법에 착수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지분 인수를 놓고 갖가지 설과 소문, 관측이 무성하게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선 정몽준 의원이 사전에 현대가 일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번 거사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가 주요 일원들의 시각은 엇갈려 있다.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지분 매입이 마뜩치않다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정몽구 회장에게 있어 현대그룹은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가 담긴 연결된 고리인 만큼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갈등이 집안의 재산다툼으로 비화되는 것을 간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숙부이자 현대가 1세대중 마지막 경영인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측은 정몽구 회장과 조금 다른 입장이다. 지난 2003년 현대그룹 경영권 쟁탈을 시도한 바 있던 정상영 명예회장측은 조카 현대그룹이 며느리 가문인 현 회장측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CC그룹측은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최근의 정황은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인 심기가 여전함을 암시하고 있다. 지난 3월 KCC가 보유했던 현대엘리베이터(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21.5%를 경쟁사인 쉰들러홀딩스에게 넘긴 것은 이 같은 심기를 강하게 시사한다. 여타 현대가 일원들의 입장도 매우 중요한 변수다. 시중에선 정몽구 회장의 사촌동생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이 정몽준 의원과 사전 교감을 나눴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들이 정몽준 의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은 배임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고, 정몽근 회장 역시 계열사와 관련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스스로 입지를 더욱 좁히게 될 가족간'재산다툼'에 나설 수 있겠냐"며 "중립을 지킬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순영 명예회장의 장남 몽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성우그룹이 최근 현대상선 지분 0.6%(60만주)를 매입하면서 조금씩 힘의 균형에 변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더욱이 성우그룹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통해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 회장 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아직 드러나지 않은 현대상선의 5% 미만 주주 세력중 각자의 우호지분이 얼마나 되느냐가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갈등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성우그룹의 지분 매입은 현대가가 5%미만 주주로 참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입력시간 : 2006/05/08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