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의 해외공장 이전에 대한 기초통계관리조차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공장이전에 대한 원인규명은 둘째하고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공장이전현황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조만간 실태파악에 나서겠다고 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각종 현안에 밀려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해외공장이전 정확한 통계 없다=해외직접투자를 관장하는 부처는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2곳으로 이원화돼 있다. 재경부는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를, 산자부는 해외기업의 국내투자를 맡고 있다. 재경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현물투자인지 현금투자인지는 구분해서 통계를 잡고 있다. 그러나 금액과 건수 기준으로만 파악하고 있어 업체수ㆍ업종ㆍ이전형태 등 구체적인 통계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국내사업을 완전히 접고 해외로 빠져나가는지, 부분적인 공장이전인지는 알 길이 없다. 또 해외투자실적도 신고액기준이어서 실제로 해외로 빠져나간 실적통계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다시 전산으로 분석해야 한다.
산업공동화와 관련한 책임부서인 산업자원부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 해외기업이전에 대한 공식적인 기초 통계조차 없어 재경부의 해외투자현황 통계에 의존하고 있다. 윤영선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은 “조만간 해외로 이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 형태ㆍ원인 등을 샘플링 조사를 실시해 연내로 마련하기로 한 종합적인 대책에 반영하겠다”며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만큼 해외이전기업에 대한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시인했다.
◇해외직접투자가 수출통계로도 둔갑=같은 해외직접투자(FDI)라도 현물투자는 수출 통계로 중복계산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대외무역법상 수출의 개념이 `매매와 교환ㆍ임대차 등의 원인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물품이 이동하는 것`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98년 이후 지금까지 4,200여개의 기업이 설비를 뜯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 고스란히 수출통계로 잡힌다. 수출통계에 거품이 낀 셈이다. 지난해 `해외투자수출`은 2억8,682만 달러로 2001년에 비해 5,000만달러 가량 늘어났다. 이 같은 액수는 전체 수출액에 비해 미미한 편이지만 대기업까지 공장을 뜯어 해외로 이전한다면 `해외투자수출` 통계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발표하는 수출 통계에는 공장설비 이전이 포함되지만 해당기업의 수출 실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설비를 뜯어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 업체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진대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장은 “현물투자가 FDI와 수출통계로 중복 산정되는 것은 현재의 법률체계상 어쩔 수 없다”며 “해외사례를 참고해 개선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