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의 이공계 지원을 허용한 일부 대학의 2006학년도 대입정시에서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최대 4배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수능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수리‘가’형(수학Ⅱ, 미ㆍ적분 포함)을 선택한 이과생들이 수리‘나’형(수학Ⅰ)을 치른 문과생보다 표준점수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고 탈락했다는 의미다.
교육계는 앞으로 공대를 가려는 학생들에게는 “문과를 지원하라”고 조언을 해야 할 만큼 현재 이과생들이 받고 있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설 입시기관인 청솔학원평가연구소(오종운 소장)는 6일 “이과생과 문과생의 공대 교차지원을 허용한 K대 등 서울시내 주요 중하위권 대학 4곳의 공대 합격자 샘플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합격자 역전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4개 대학의 최초 합격생 177명을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리‘가’형과 과학탐구영역에 응시한 ‘순수’ 이과출신 수험생은 전체의 17.5%인 31명에 그쳤다.
반면 절반이 훨씬 넘는 120명(67.8%)이 이과의 수학과정이 배제된 수리‘나'형과 사회탐구영역에 응시한 문과 수험생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머지 26명(14.7%)은 과학탐구 영역에 응시했으나 수리영역은 ‘나’형을 치른 것으로 나타나 공대 합격자 중 최대 146명(82.5%)이 문과생인 것으로 추정됐다.
오종운 연구소장은 “이과생들이 치르는 수리‘가’형이 ‘나’형보다 난이도가 높아 표준점수 변환과정에서 ‘나’형을 선택한 문과생보다 점수가 불리해진다”며 “대학들이 이 같은 불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형 수험생에게 5% 정도의 가산점을 더 주고 있지만 여전히 불리함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이과생들의 불리함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최대 20%의 가산점이 부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89개 가운데 166개 대학의 이공계열이 어려운 수학 내용이 빠진 수리‘나’형으로도 이공계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문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가’형을 선택한 이공계 학생들이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가’형 선택 수험생에게 적절한 가산점을 부여해줄 것을 해당 대학들에 권고한 바 있다.